프랑스 '편안한 임종'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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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세계적으로 안락사의 허용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프랑스가 말기환자들에게 '편안하게 삶을 마감할 권리' 를 인정키로 결정, 관심을 끌고 있다.

베르나르 쿠슈네 프랑스 보건장관은 23일 "환자들은 자신의 삶을 '존엄성을 지키면서 마칠' 권리가 있다.

앞으로 3년간 고통과의 투쟁을 펼칠 것" 이라고 선언했다.

쿠슈네 장관은 르 몽드지와의 회견에서 프랑스 정부는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환자들이 임종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프랑스가 일체의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제도를 유지, 안락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실을 인정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앞으로 입원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통증 카드' 를 배부하고 의사들이 환자들의 통증을 수시로 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유사시 간호사들이 진통제 처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환자들이 스스로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병원내에 1천개의 자동 진통제 배급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진통제가 마약 대신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원칙적으로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와 함께 말기환자들의 고통경감을 전담할 전문진료반을 병원내에 설치할 예정으로 99년중 1억프랑 (약 2백40억원) 을 지원, 현재 51개인 전담진료반을 대폭 확충할 것이라고 쿠슈네 장관은 밝혔다.

프랑스의 이번 조치는 지난 7월 20대 여성간호사가 불치병을 앓던 30여명의 환자를 안락사시킨 것이 드러나면서 격렬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79%가 안락사에 '동의' 하고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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