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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말 전화'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TV를 보니까 출연자가 '애창곡은 없고 18번은 있다' 고 했는데 어떻게 다르죠?" MBC 방송국 6층 아나운서국. 10종류가 넘는 사전이 빼곡하게 늘어선 책상 앞. 당번 아나운서는 연신 울려대는 전화를 받기 바쁘다.

"18번은 일본식 표현입니다.

17세기 일본의 가부키 배우가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기예중 뛰어난 열여덟 가지를 정리해 '가부키 18번' 이라고 부른 데서 연유한 것이죠. "

지난달 5일부터 시행 중인 '우리말 전화' (02 - 784 - 3000) .부장대우급 이하 33명의 MBC 아나운서가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뉴스녹음 틈틈이 문의전화를 받는다.

처음에는 하루 50통씩,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로 걸려왔다.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예상을 뒤엎는 질문들이 마구 쏟아져 한 순간에 사무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난데없이 영어 스펠링을 질문하는가 하면 러시아어 'khabarovsk (하바로프스크)' 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묻기도 한다.

또 "하도 따져서 지금 술내기를 했는데 '경음화' 와 '농음화' 가 같은 뜻인지 알려 달라 (동의어)" 는 경우를 비롯해 "발음이 예뻐서 아이 이름을 '다솜 (사랑이라는 뜻의 순수어)' 이라고 지어줬는데 무슨 뜻이냐" 는 전화도 있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장난전화도 심하다.

상습적인 몇명은 아예 리스트에 올라 특별관리를 받기도. 이밖에도 발음.외래어 표기.속담 등을 묻는 전화가 많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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