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국·인도네시아 IMF트리오 경제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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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가로 엄청난 긴축을 요구했던 IMF가 자신들의 처방을 스스로 비판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 즈음에서 한국.태국.인도네시아 등 이른바 'IMF 트리오' 의 현 경제상황은 어떤지 짚어 보자. 삼성경제연구소 조사를 바탕으로 일단 세 나라에 점수를 매기자면 1백점 만점에 태국이 57점, 한국이 53점이고 인도네시아는 41점 이하가 될 듯싶다.

지난 97년 8월과 12월 각각 IMF 구제금융이 결정된 태국과 한국은 현재 비교적 빠른 속도로 외환위기를 넘기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펼치는 중이다.

그러나 97년 11월 IMF체제에 들어선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전도가 어둡다.

3국은 공통적으로 국내 소비.투자의 급감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실업자도 인도네시아가 1천3백만, 태국이 2백만, 한국이 1백43만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소비자물가가 80% 이상 폭등하며 고물가.고실업을 동반하는 전형적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다.

3국의 또다른 특징은 급격한 수입 감소. IMF체제 이후 6개월간 한국 35.5%, 태국 42.0%, 인도네시아는 37.5%나 급감했다.

덕분에 모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경기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지 방증하는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는 외채 상환연장 및 구조전환으로 외화유동성이 개선됐다.

특히 한국은 부채가 늘어나기는 했으나 단기부채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44%→24%) 외환보유액도 2배나 증가했다.

이렇듯 실물경제 및 금융관련 지수면에서는 한국과 태국이 별반 차이가 없지만 시장개방 및 금융구조개혁 성적에서는 태국이 단연 앞선다.

태국은 외자유치를 위해 금융기관의 외국인지분 제한을 10년간 폐지하는 한편 58개 부실은행중 56개를 과감히 폐쇄하는 등 자구조치를 취했다.

데이비드 아론 미국 상무차관도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국가중 태국이 가장 먼저 위기를 탈출할 것" 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평가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IMF체제 국가들의 11개 경제지표를 토대로 순위를 매긴 결과에서도 세 나라 중 태국이 1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적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들 국가의 침체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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