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균.암.에이즈 찾아내기 유전자증폭기술이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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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분자생물학의 꽃인 PCR (중합효소연쇄반응)가 역사를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정액이 클린턴의 것임을 밝혀내 지구촌 최대의 권력자를 탄핵의 위기로 몰아갔는가 하면 무덤을 파헤쳐 얻은 친자확인 결과로 느닷없이 나타난 이브 몽탕의 딸에게 거액의 유산이 주어지기도 했다.

PCR는 DNA중합효소를 이용해 원하는 유전자 부분을 자유자재로 증폭시킬 수 있는 기술. 이론적으로 10억배까지 양을 늘일 수 있어 세포 한 개의 DNA만 있어도 분석에 필요한 양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머리카락 한 개, 정액이나 혈액 한 방울만 있어도 그 사람의 유전정보를 모두 캐낼 수 있다는 뜻. 그러나 범죄수사 등 법의학적 용도는 전체 용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만큼 PCR의 활용도는 높다.

그 공으로 PCR를 발견한 미국의 과학자 캐리 멀리스는 9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서울대의대 임상병리학과 박성섭 (朴聖燮) 교수는 "유전자질환과 암진단, 감염질환의 진단에 PCR는 요긴하게 활용된다" 고 설명했다.

현재 병원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하는 분야는 결핵진단. 기존 진단법은 환자의 가래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결핵균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나 균이 충분히 자라기 위해선 8~10주나 기다려야했다.

그나마 균의 양의 적을 땐 음성으로 나오기 일쑤였다는 것. 하지만 PCR를 이용해 가래 속에 섞인 결핵균의 DNA를 증폭시키면 하루만에 정확하게 진단이 가능해진다.

백혈병이나 유방암.대장암 등 유전자 돌연변이에서 비롯된 암도 PCR를 거치게 되면 꼼짝없이 탄로난다.

에이즈나 간염바이러스도 현재 PCR를 통해서라야 확진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대의학도 인간 유전자의 10%만 알고 있다는 것. 朴교수는 "30억쌍에 달하는 인간 유전자를 모두 밝히는 인체게놈사업이 2005년 완성된다면 PCR를 이용해 유전자의 역할을 낱낱히 규명할 수 있어 질병치료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 으로 내다봤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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