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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9세 왕별 떴다 … 안치홍 ‘스타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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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5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투런홈런을 친 KIA 안치홍이 MVP에 선정되자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안치홍! 안치홍!”을 연호했다. KIA의 상징 이종범(39)을 외치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프로야구 올스타전 MVP로 안치홍(19·KIA)이 호명되자 1만2000여 팬들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안치홍은 25일 광주에서 열린 2009 올스타전에서 신인 사상 첫 MVP(전체 67표 중 36표 획득)를 수상했다. 5회 터뜨린 투런홈런이 결정적이었다. 20년 선배 이종범(27득표)이 결승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를 때려냈지만, 새로운 스타를 열망하는 표심은 안치홍에게 쏠렸다.

◆올스타전 역사를 바꾸다

안치홍은 올스타전 최연소 기록을 싹 바꿨다. 팬투표 웨스턴리그 2루수 부문에서 69만3565표로 1등을 했다. 28년 올스타전 역사상 19세 신인이 팬투표 1위를 차지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전반기 성적(타율 0.243, 12홈런, 8도루)이 빼어난 건 아니었지만, 19세 신인이 주전으로 뛰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치홍이 쳐낸 홈런은 올스타전 최연소 기록(만 19세23일)이었다. 요미우리 이승엽이 1997년 삼성 시절 때린 올스타전 최연소 홈런 기록(당시 20세10개월20일)을 22개월 가까이 앞당겼다.

신인이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된 것도 사상 처음이다. 97년 진갑용(당시 OB)과 이병규(당시 LG)가 대졸 신인으로 팬투표 1위에 뽑혀 올스타전에 나섰지만 선배들과 상을 놓고 경쟁하지는 못했다.

◆KIA의 새 아이콘 탄생

KIA의 전신인 해태에는 “서른 살은 돼야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위계질서가 워낙 엄격했고, 타향 출신은 발 붙이기 어려웠다. 서른 살은 돼야 ‘집합’에서 열외가 됐고, 기를 펼 수 있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KIA를 보는 외부의 시각은 여전히 딱딱하다. 안치홍이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서울고 출신으로 2차 1번 지명을 받고 올해 초 KIA에 입단한 안치홍은 씩씩하게 뛰었다. 시범경기 때 헛스윙과 수비 실책을 연발하자 “그 따위로 할 거면 나오지 말라”는 광주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스트레스를 감췄고, 이겨냈다.

선배들은 애늙은이 같은 안치홍을 예뻐하기 시작했다. 이종범은 틈나는 대로 기술과 경험을 전수한다. 최희섭(30)은 “나를 삼촌으로 불러라”면서 데리고 다닌다. 룸메이트인 이현곤(29)은 “치홍이 코골이 때문에 못살겠다”면서도 방을 바꾸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어리지만 ‘면허증’ 있다

경기 전 안치홍은 안절부절못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계속 떨렸다. 오히려 경기가 시작되자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속내였다. 왼손 투수에 강한 안치홍은 2회 좌완 김광현(SK)을 상대해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5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좌완 고효준(SK)를 상대한 것이 행운. 낮은 직구가 날아들자 안치홍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고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됐다.

MVP 부상은 KIA 포르테 자동차였다. “운전면허증은 있느냐”는 선배들의 짓궂은 질문에 여드름이 송송 난 소년은 “졸업하자마자 땄다. 부모님을 태우고 몰아볼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11년 만에 광주에서 열린 올해 올스타전에는 과거 해태(KIA 전신) 시절 스타플레이어들이 자리를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25일 경기 시작 전 선동열·김봉연·장채근·이순철·한대화·김성한·김일권·홍현우·서정환·김종모 등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10명이 그라운드에 나서 광주구장을 메운 팬들에게 사인볼과 ‘추억’을 선물했다.

○…이대호(롯데)가 개인 첫 올스타 홈런더비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서 6개의 아치를 그려 1위로 결승에 진출한 그는 최희섭(KIA)과의 경쟁에서 5-1로 승리해 우승했다. 상금은 300만원. 이대호는 최장거리부문(135m)에서도 1위를 차지해 DSLR 카메라를 받았다.

○…홍성흔(롯데)의 끼가 2009 올스타전에서도 발휘됐다. 이스턴리그의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홍성흔은 2회 초 첫 타석 때 금발 가발을 쓰고 타석에 등장했다. 헬맷 아래로 금색 머리칼이 드러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광주=김식 기자,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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