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CG 기술에 할리우드도 깜짝 놀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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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달 22일 개봉한 한국영화 ‘해운대’에 대한 영화팬들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재난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국내에서 나왔다는 점, 그리고 제작비 130억 원 중 절반 가까이 사용된 지진해일(쓰나미) 장면의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촬영에 대한 기대감이 그것이다.

‘해운대’는 할리우드 영화 ‘퍼펙트 스톰’ ‘투모로우’의 컴퓨터 그래픽을 맡았던 한스 울릭과 CG를 공동 제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CG를 공동 제작한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40·사진)대표를 만나봤다.

“인파 뒤로 물이 커다랗게 올라오는 장면을 만드는 건 사실 그다지 힘들지 않았어요. 그보다 어려웠던 건 물이 몰려온 다음 자동차가 날아가고 간판이 떨어지는 등 쓰나미의 효과를 표현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CG 기술 중에서도 물은 고난도에 속한다. 컴퓨터로 표현해야 할 데이터 값이 크고 흐르는 방향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들도 배경을 밤으로 설정하곤 한다.

그런데 ‘해운대’의 쓰나미 장면은 환한 대낮이다. “대낮에 물이 그렇게 크게 덮치는 장면은 세계 어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 겁니다. 일관된 색상, 화면의 깊이감을 조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뻔하게 다 드러난다고 할까요. 그래서 완성도가 더 떨어져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관객은 알 수 없는 CG세계의 고충이지요.”

대낮 쓰나미 장면만큼 어려웠던 것이 대마도가 지진으로 무너지는 장면이었다. “사건의 원인이 되는 중요한 장면이어서 제대로 표현해야 했는데 스케일이 워낙 컸어요. 그런 장면을 불과 나흘 만에 만들었습니다. 아마 할리우드에서도 깜짝 놀랄 겁니다. 완성도도 자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완성하는 노하우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산업 비밀입니다.”

본격적인 작업은 지난해 9월에 시작했다. 밤을 새고 집에 제대로 못 들어가는 생활을 한 지 10개월. “매일 밤 12시 30분에 미국에 있는 한스 울릭 팀과 화상 회의를 했어요. 배울 점이 많았지만 현장 경험은 우리 측이 많았어요. 그래서 물 제작과 관련한 CG의 디지털 ‘소스’만 넘겨받았고 작업은 우리가 진행했습니다. CJ파워캐스트 등 3개 업체를 포함해 국내외 200여 명의 스태프들이 해운대의 CG를 만들었어요.”

아쉬운 점도 있다. “아쿠아리움 수족관이 ‘펑’하고 터져서 깨지는 장면이 있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미리 계획했다면 완성도가 높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그가 이번 작업에서 스스로 매긴 평점은 79점. “‘수’가 되려면 한참 멀었고 ‘우’를 주기에는 조금 모자라죠. 시간도 없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어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돈을 쓴 ‘티’가 확실히 나는 영화라는 거에요. 제작진들은 쓸데 없는 부분에 제작비를 소모하지 않고 작품의 완성도에만 집중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영화 CG의 미래는 밝다.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고 봐요. 일본은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은 기술력이 부족하죠. 우리나라는 기술력도 있고 훌륭한 아티스트도 많아요.”

글·사진=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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