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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위기를 기회로’ 역발상 투자자 단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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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반면 회사원 조모(29)씨의 사정은 좀 다르다. 2007년 가입한 주식형 펀드는 -13%, 변액보험은 -5%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 폭락 이후 적립을 중단한 게 화근이었다. 이처럼 금융위기 장세에서도 적립식 투자자들의 성적은 나은 편이다. 2007년 고점에서 한번에 돈을 넣는 거치식으로 들어간 펀드 투자자들의 경우 여전히 20%가 넘는 원금을 까먹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서면서 증시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투자자 모두가 원상회복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자들의 ‘중간 성적표’에선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폭락기에 주식이나 펀드를 팔아치운 투자자들은 이후 회복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반면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며 꾸준히 투자를 지속한 투자자들은 원금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가장 큰 승자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역발상 투자자’들이었다.


◆엇갈리는 성적표=회사원 이모(43)씨는 2월 말 증시가 저점에 왔다고 보고 여윳돈 1000만원을 펀드에 넣었다. 여기에서 두 달여 만에 40% 가까운 수익이 났다. 그는 수익금을 찾아 한 상장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공모가는 2000원대였지만 현재 주가는 5000원대로 올라서 있다. 불과 5개월 사이 원금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셈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지만 적극적 투자자들에게 ‘틈새’는 열려 있었다. 대우증권 일산지점 이성은 WM팀장은 “지난해 말 연 9% 금리로 나온 대한항공 회사채에 투자했던 한 고객은 이자를 챙긴 것은 물론, 최근 금리가 4%까지 떨어지자 채권을 되팔아 상당한 매매차익도 거뒀다”고 말했다.

올봄 한 발 앞서 원유펀드나 중국 본토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도 35~50%의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 한덕수 마스터PB는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000까지 빠지자 수십억 단위의 뭉칫돈을 들고 오는 고객들이 있었다”며 “이들은 주로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최악의 위기에서도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기업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고 말했다.

거꾸로 바닥에서 주식이나 펀드를 내놓는 투자자도 많았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지난해 주가가 빠질 때마다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더니 10~11월 증시가 폭락하자 자금 유출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뒤돌아보면 가장 실패한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 자산가들도 전반적으로 위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한은행 PB본부 이관석 부부장은 “올 초 저점에서 주식시장에 들어간 고객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더 큰 조정을 기다리다 때를 놓쳤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들 잔치’ 되나=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4개월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를 꾸준히 주워담고 있는 건 외국인들이다. 2005년 이후 국내 주식을 팔던 외국인들은 주가가 싸지자 올 들어 다시 ‘사자’에 나서고 있다. 시장이 회복세를 지속할 경우 외국인들이 과실을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센터장은 “외환위기 이후 증시의 가장 큰 승자는 주식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 외국인들이었다” 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정보기술(IT)·자동차의 대형 우량주는 최근 실적 개선세를 바탕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들이 사들인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조민근·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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