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대선자금 불법모급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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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 수사 결과 이석희 (李碩熙) 전 국세청차장은 주류회사들의 납세기한을 늦춰주는 대가로 대선자금을 받았으며 5대 그룹의 대선자금 '공정가' 는 20억원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가장 비난하는 부분은 李전차장이 매월 엄청난 액수의 주세를 내야 하는 OB맥주와 하이트맥주에 3개월 징수기간 연장이란 '당근' 을 사용해 대선자금 지원을 받아냈다는 사실.

OB맥주와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12월초 각각 1천4백51여억원과 7백7여억원의 주세를 그달 20일까지 내야 했는데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국세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이 납부일을 어기면 10%의 체납가산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2백억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물어야 할 형편이었다.

이때 李전차장은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기부하면 일정기간 징수를 유예시켜 주겠다" 고 회유, 기부약속을 받아냈다.

결국 이들 2개 업체는 각각 4억5천만원과 4억3천만원을 내고 무려 2백억원에 이르는 가산세를 내지 않은 혜택을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이들 2개 회사는 당초 李전차장의 연락을 받은 한나라당 김태원 (金兌原) 당시 재정국장이 세금액수에 비례해 각각 10억원과 5억원씩을 요구했으나 자금난을 호소하며 기부액을 줄였다.

한편 현대. 대우. SK. LG 등 4개 대기업의 대선자금 납부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먼저 대우는 林채주 전 청장이 책정한 20억원을 모두 한나라당에 후원금 형식으로 전달하고 영수증을 받았으며 현대와 SK는 국세청을 통해 10억원을 낸 뒤 나머지는 직접 한나라당에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이에 비해 LG는 국세청과는 관계없이 한나라당 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20억원을 직접 한나라당에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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