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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림웍스 특수효과전문가 손문화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한 권의 책, 한 장의 그림, 한 편의 영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작은 문화적 체험들은 일상의 한 조각으로 스치기도 하지만, 때론 우리 인생의 항로를 예상치못한 곳으로 틀어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재미교포 손문화 (33)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녀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지만 '터미네이터 2' 의 특수효과에 반해 대학원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하고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특수효과 전문회사인 '디지털 도메인' 에 들어가 '스피시즈' 와 '닥터모로의 DNA' 등의 영화제작에 참여했으며 이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옮겨와 '이집트의 왕자' CG부분에 참여했다.

특수효과에 남다른 야심을 가진 드림웍스는 '이집트 왕자' 의 특수효과팀을 애니메이션 전문팀이 아닌 실사영화 제작팀으로 구성하기 위해 그녀를 모셔왔다.

'이집트의 왕자' 엔 전체에서 14장면을 뺀 1천1백80장면에 특수효과가 들어갔으며 특히 그녀가 참여한 홍해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드림웍스가 하나의 '개가' 로 내세우는 장면이다.

"상영시간이 2분에도 못미치는 그 한 장면에 10여명의 팀원이 9개월이 넘게 매달렸다면 믿겠어요?

전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첫 시사를 가졌을 땐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 그들은 9개월동안 바닷물의 질감과 색깔, 깊이까지 함께 살려내는 일에 매달렸다.

"입체감을 살린 3D기법으로 연출된 이 장면엔 '랜더맨' '하우디니' 등 드림웍스가 개발해낸 새로운 소프트웨어 툴 (tool) 들이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고 그녀는 말했다.

특수효과의 핵심은 모든 첨단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융합시키느냐는 것. 가장 '기술적인' 것으로 인간의 정서에 호소하는 장면을 연출해내는 점도 흥미롭다고 했다.

"기술이 중요하긴 하지만 특수효과를 완성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이죠.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 13년간의 미국생활 때문에 어느새 한국어가 조금 어눌해진 그녀.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고교까지 서울에서 마쳤다.

어릴 적부터 뜻도 모르면서 AFKN을 즐겨본 때문인지 외국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 역시 그녀와 '터이메이터2' 를 함께 보고 특수효과의 매력에 반해 현재 월트 디즈니에서 특수효과를 맡고 있다.

성사되기는 어렵겠지만 '퇴마록' 등에서 처럼 요즘 특수효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영화를 위해서도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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