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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iPhone) 잃어버린 중국 직원 자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의 아이폰(iPhone)을 생산하는 중국 개발회사 직원이 지난 16일 새벽 자살했다. 쑨단용(孫丹勇•25)은 회사로부터 애플 아이폰 한 대를 훔쳤다는 누명을 견디지 못하고 12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그는 중국의 명문 하얼빈 공업대학교를 졸업한 뒤 선전(深圳)의 IT업체 폭스콘(Foxconn)에 근무하던 앞길이 창창한 청년이었다. 폭스콘 은 대만 회사로 선전에 애플사 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안해. 내일 집으로 가 있어. 일이 생겼으니 가족들한테는 알리지 말고, 나한테도 당분간 연락하지 말아줘. 처음으로 부탁하는 거니까 꼭 들어주길 바래. 미안하다.” 새벽 1시48분 쑨 씨의 여자친구 아춘(阿春)이 받은 문자메시지다. 문자를 받은 뒤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새벽 네 시쯤 경찰이 그녀를 찾아 쑨의 자살 소식을 전했다.

왜 쑨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은 당시 애플사에 납부하려던 16대의 아이폰 4세대 스페셜 버전 샘플 중 한대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회사는 이 책임을 그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하자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틀 후 쑨 씨의 대학 동기가 사건 발생 수시간 전의 온라인 채팅 기록을 공개하면서 사건의 다른 측면이 드러났다. 쑨단용이 회사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 검색과 구류, 구타 등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쑨 씨의 진술에 따르면 7월 9일 생산라인으로부터 정확히 16대의 아이폰을 받아 최종 검사를 하는 부문에 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 생산라인으로부터 샘플이 한 대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생산라인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회사내 보안관리과에 통보했다. 15일에는 폭스콘에서 보낸 3명의 사원이 쑨 씨의 자택을 수사한 뒤 그를 심문했다. 이 과정에서 쑨 씨에게 폭력이 가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폭스콘 총 매니저 리진밍(李金明)은 쑨단용의 자살 사건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한편 “인터넷을 비롯한 여론이 폭스콘 내부 조사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회사측에서도 관련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콘은 이미 인터넷에 실명이 드러난 가해자 보안관리과 과장을 정직(停職)시키고, 공안부에게 사건을 넘긴 상태다. 경찰은 “보안과장이 쑨 씨에게 구타 등 불법 조사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게 없다”면서도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고 수사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애플의 비밀주의가 다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애플 관계사 직원들은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제품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애플의 신제품은 엄청난 긴장감과 대대적인 ‘입소문 마케팅’ 속에서 출시된다. 애플은 그 동안 호기심 많은 기자들, 열성적인 고객들, 애플의 최신 제품을 엿보려는 경쟁업체들의 타깃이 되어 왔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인턴 기자 박찬우 = thirdna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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