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버밍엄심포니 떠난 신예지휘자 사이먼 래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이 '21세기의 카라얀' 으로 극찬했던 차세대 마에스트로. 오는 2002년 베를린필 음악감독의 임기가 만료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신예 지휘자.

지난 80년 약관 25세의 나이로 버밍엄심포니오케스트라 (CBSO) 의 상임지휘자를 맡아 영국의 시골 교향악단을 18년만에 일약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대열에 합류시킨 '명장 (名將)' …. 지난 8월 고별공연을 끝으로 CBSO의 지휘대에서 물러난 사이먼 래틀 (43) 을 두고 하는 찬사들이다.

래틀은 당분간 객원지휘에 전념하겠지만 베를린필.빈필.보스턴심포니 등 세계 굴지의 오케스트라에서 차기 음악감독으로 영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공업도시 버밍엄이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것은 래틀을 시의 음악고문으로 영입하면서부터. 버밍엄시는 91년 버밍엄국제컨벤션센터 내에 영국 최고의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버밍엄심포니홀 (2천2백11석) 을 개관한데 이어 연간예산도 2백28만2천파운드 (약 52억2천만원) 으로 늘려 래틀의 눈부신 활약에 화답했다.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와 탄력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CBSO는 '시립교향악단의 성공사례' 로 손꼽히고 있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데 절실히 필요한 것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동반관계임을 입증해 보였다.

래틀 - CBSO 콤비의 업적 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피에르 불레즈에서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에 이르는 20세기 음악의 명곡을 10년 단위로 총망라한 시리즈 '밀레니엄을 향하여' .지난 90년에 시작한 이 기획은 오는 2000년까지 계속된다. 이밖에도 20세기 폴란드 작곡가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작품을 발굴, 소개한 것도 래틀의 업적. EMI레이블로 녹음한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제1, 2번' 은 97그라모폰음반상 협주곡 부문을 수상했다.

CBSO 재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을 단 한 곡도 연주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은 베토벤의 '영웅교향곡' ,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5번, 제7번, 말러의 교향곡 제7번 순. 83년 CBSO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녹음을 끝낸 그는 현재 버밍엄심포니.베를린필.빈필 등과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 중이며 오는 2002년까지는 빈필하모닉과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을 완성할 계획.

영국 리버풀 태생인 사이먼 래틀은 16세때 런던 왕립음악원에 입학, 지휘를 전공했으며 74년 19세의 나이로 존 플레이어 국제지휘콩쿠르에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본마우스 심포니 부지휘자를 거쳐 81년부터 94년까지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수석객원지휘자를 지냈고 89년 글라인데본 페스티벌에서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 를 지휘해 오페라 지휘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녹음 계획 중인 레퍼토리 중 눈에 띄는 것으로는 베니 굿맨.폴 휘트먼.듀크 엘링턴 등 재즈 아티스트의 명작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음반들. 또 빈필하모닉과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와의 협연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 을 녹음할 예정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