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고액 음악과외-불법 음악과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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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의 과외척결 의지에도 불구하고 입시생을 대상으로 한 현직 교수들의 음악과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자택 과외 = 지난 7월말 오후 서울강남구 K교수의 자택. 시간당 20만원대의 고액 피아노 과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교수의 집에는 오후가 되자 음악과외를 받으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오후 4시30분쯤 한 여학생이 인터폰을 누르고 집으로 들어간데 이어 5시40분쯤에는 어머니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온 여학생이 악보가방을 들고 들어갔다.

과외를 받는 딸을 승용차에서 기다리던 여고생의 어머니는 취재진에게 "시간당 20만원은 기본이고 일부 지방학생들은 별도의 선물까지 건네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K교수의 집에는 8월말까지 10여명의 고교생들이 1주일에 한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수학한 뒤 최근 귀국, 서울 S대학 등에 출강중인 P씨는 서울서초구서초동 자신의 아파트에 학생들을 불러 시간당 20만원짜리 고액 과외를 하는 경우. 이 아파트 경비원은 "P선생 집에는 1주일에 3일동안 10명 가량의 학생들이 드나든다" 며 "지난 방학때엔 1주일 내내 고교생들이 드나들었다" 고 말했다.

◇ 오피스텔 과외 = 주말인 지난 5일 오후 서울서초구 한 오피스텔. 교복차림의 한 여고생이 바이올린 가방을 들고 건물 안으로 사라진다.

이 학생이 오피스텔내 한 스튜디오로 들어간 뒤 곧바로 바이올린 소리가 출입문 밖으로 은은하게 들린다.

40여분이 지나자 이 학생은 돌아가고 마치 시간을 자로 잰듯 또다른 여학생이 같은 방으로 들어선다.

이 방은 K대 H교수의 개인 스튜디오. 이 방에서 교습을 받고 나온 한 여학생은 "1주일에 두차례씩 1회 10만~20만원을 주고 음악과외를 받고 있다" 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7시20분쯤엔 S대 H교수가 레슨을 마치고 오피스텔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 오피스텔에는 이날 하룻동안 20여명의 고교생들이 악기와 악보 등을 들고 드나들었다.

이 오피스텔에는 10여명의 현직 음대교수.강사들이 고교생 등을 상대로 과외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서울 원정과외 = 주말인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지방 대도시를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하자 바이올린 등 악기가방을 둘러맨 10여명의 학생들이 서둘러 공항청사를 빠져 나갔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한 여고생은 "주말마다 비행기로 상경해 두차례 과외를 받고 일요일 오후 내려간다" 며 " (대학교수) 선생님께 1회 20만원을 흰봉투에 넣어 건넨다" 고 털어놓았다.

지방 모 예고의 진학담당 교사는 "우리학교에서만 20여명의 학생이 현재 H대 K.P교수, S대 K.L교수 등 7명의 교수들에게 원정과외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 밝혔다.

중앙일보 기획취재팀 = 김우석.이훈범.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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