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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오보 사진’ 아사히TV에 준 건 한국 현역 부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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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10일 일본 TV아사히가 북한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운의 최근 모습이라며 보도해 오보 소동을 빚은 얼굴 사진(아래 사진)은 한국군 현역 부사관이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군 수사 당국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지역 모 부대에 근무하는 부사관 A씨는 이달 초 인터넷 카페에 올라 있던 B씨의 사진을 다운받아 TV아사히 한국지사의 기자에게 ‘김정운의 것’이라며 전달했다. 일본 연수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A씨는 언론인을 비롯한 서울 주재 일본인들과 모임을 갖는 등 교류활동을 해 왔으며 TV아사히의 기자와도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일본 언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을 알고 사진을 건넸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TV아사히 측은 문제의 사진을 마카오에 있는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등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으나 짙은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어서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 서울 주재 외신기자는 “김정남도 인터뷰에서 TV아사히 측에 ‘김정운 같다’는 취지로 답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TV아사히 측은 오보사태의 파장에도 불구하고 본사 간부들에게만 구두경고를 하는 선에서 일단락지었다.

군 수사 당국은 부사관 A씨가 사진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장교라고 사칭하고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 TV아사히는 보도 직후 출처를 ‘한국 당국 관계자’라고 밝혔다가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고 ‘한국의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수정했었다.

군 관계자는 “A씨가 건넨 사진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중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워 수사당국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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