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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중단 시름, 워크홀릭으로 날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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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자전거협회 회원들이 화진포에서 거진항으로 이어지는 해변도로를 달리고 있다.

장맛비가 지나간 19일 오전 11시 무렵.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 화진포에서 거진항으로 이어지는 해변도로를 따라 30여대의 자전거 행렬이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질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고성군자전거연합회 회원들로 일요일을 맞아 정기라이딩에 나선 것이다. 행렬 중에는 평범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 타는 황종국 고성 군수.

황종국 고성군수다. 70을 넘긴 그의 자전거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탄 그는 화진포 호수에서 해변도로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어렵지 않게 넘었다. 기어가 달린 자전거보다 시골 아버지들이 주로 타는 ‘철 지난’ 자전거가 더 친숙하다는 황 군수는 거진항 부근에서 자전거를 내리면서 “몇년 전만 해도 자전거 뒤에 30~40kg의 짐을 싣고도 달렸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요즘 황 군수의 마음은 편치 않다. 꼭 1년 전인 작년 이맘 때부터 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관광객이 고성군을 거쳐 금강산으로 들어갔지만 지금은 발길이 뚝 끊겼다. 거진항, 대진항, 화진포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다보니 지역경제가 한여름에도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황 군수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확 줄어 청정 고성군이 더 조용해졌다”며 이번에는 쓴웃음을 지었다.

거진항과 화진포 주변에서 주로 자영업을 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의 어려움도 날로 가중되고 있다. 거진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경희씨는 “금강산 육로관광이 처음 시작됐을 때는 관광객들이 그저 스쳐갈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관광이 중단되고 보니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언제쯤 재개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고성군의 대책은 있을까. 황 군수에게 눈을 돌렸다.

“고성군은 산과 바다도 좋지만 걷기와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걷기 좋은 곳으로 화진포 뿐만 아니라 남쪽에 있는 송지호와 주변 왕곡마을을 꼽았다. 또 한쪽으로는 넓은 바다를 보며 다른 한쪽으로는 높은 산을 조망하며 달릴 수 있는 해안길은 “자전거를 타기에 정말 좋은 코스”라고 추천했다.

화진포 호수 주변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동호인 행렬.

“금강산 관광으로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졌지만 두 발로 움직이는 걷기와 자전거로 그 시름을 떨쳐버리겠다”고 말한 황 군수는 화진포 호수 주변을 걷기와 자전거가 어우러진 ‘에코시티’로 만들 것이라는 청사진을 처음 밝혔다. ‘화진포 에코시티’ 계획에 대해 중앙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진부령 부근에서 고성종합운동장으로 내려오는 40km 가량의 산길과 도원유원지 주변 임도는 MTB코스로 손색이 없다고 한다. 바닷가 공현진 일대는 철인 3종경기 코스로 제격이다. 고성군자전거연합회(011-375-2242, 010-5363-4219)로 문의하면 자세한 코스를 소개해준다.

동해안에서는 드물게 제첩이 난다는 송지호. 호수 뒤쪽이 왕곡마을.

글․사진/강원도 고성=워크홀릭 노태운 기자 noh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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