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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방 1개 꼬마 아파트, 수익률은 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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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매물이 없어요”=여러 소형 주택 중 특히 서울 강남권 꼬마 아파트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삼성동 힐스테이트 46㎡형의 시세는 4억4000만원이다. 연초보다 50%나 뛰었다. 같은 기간 109㎡형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22% 올랐다.

소형 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인 임대료도 강세다. 지난해 입주한 잠실동 리센츠 39㎡형의 월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이다. 분양가(1억9000만원)를 기준으로 하면 연 10.7%의 수익률이 계산된다. 반면 규모가 큰 79㎡형의 임대 수익률은 분양가 대비 연 5% 정도에 그친다. 특히 39㎡형은 전셋값(최고 2억4000만원)이 분양가를 훨씬 웃도는 기현상을 보인다.

2004년 분양된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33㎡형은 분양가(1억5000만원대) 대비 수익률이 연 12%에 이른다. 현재의 매매가를 기준으로 해도 임대 수익률이 연 6%를 넘는다. 역삼동 선경공인 김용보 사장은 “집값과 임대료가 계속 오르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아져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소형 주거용 오피스텔도 덩달아 몸값이 뛴다. 서초동 현대렉시온 56㎡형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시세는 2억4000만원이다. 한 달 전보다 매매가는 2000만원, 월 임대료는 10만원가량 올랐다. 서초동 강토부동산 성순희 사장은 “업무용 오피스텔은 인기가 없지만 바닥에 난방이 들어오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찾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꼬마 아파트는 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정부가 2003년 재건축단지 가구의 20%를 60㎡ 이하로 짓도록 하면서 억지로 생겨났다. 당시 재건축조합은 조합원에게 큰 집을 배정하고 초소형을 늘려 일반 분양분으로 돌렸다. 이렇게 해서 역삼아이파크·잠실동 리센츠·신천동 파크리오·삼성동 힐스테이트 등 대단지에 초소형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분양 당시엔 ‘강남 쪽방’이란 비아냥까지 들었고 인기도 없었다. 실제 잠실 리센츠 초소형은 868가구 분양에 246가구나 미달됐었다.

꼬마 아파트의 팔자가 확 핀 것은 정책 변화와 1~2인 가구의 급증 덕분이다. 정부는 재건축조합들이 형식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초소형을 짓는다는 지적에 따라 전용면적 85㎡ 이하를 50% 이상 짓도록 규정을 바꿨다(2005년). 재건축단지에서 초소형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서 희소성이 부각된 것이다. 올해는 한 채도 공급되지 않았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2004년 정부가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을 금지하자 사실상 공급이 끊겼다. 게다가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주거의 편의성 때문에 비슷한 상품인 원룸형 다가구·다세대보다 선호도가 훨씬 높다.

초소형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은행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공급을 당장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매물 부족에 따른 가격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불투명하다. 정부는 소형 주택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역세권에 초소형 아파트를 많이 지을 계획이다. 초소형 주택의 운명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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