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제약의 힘] 접속하라 ! 800조원 세계 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토종’ 제약회사들이 변하고 있다. ‘톱(Top) 10’ 회사들을 중심으로 “세계로, 세계로”를 외치며 국제무대에 활발하게 나서기 시작했다. 원료 수출이나 중간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에 관한 기술 수출이 과거의 주종이었다면 이제 이런 기초 수준을 넘어서는 글로벌 경영의 큰 파도에 몸을 던지고 있다. 10조원대에 불과한 국내 의약품 시장을 놓고 수백 개 회사가 다퉈서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800조원대의 전 세계 의약품 시장으로 향하는 배경이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국산약=국내 최대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자체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가 효자노릇을 해 낸 것. 자이데나는 러시아·아시아·남미 등지 30개국에 수출된다. 누적 계약액이 국산 신약 최대 규모인 3억 달러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와 총 5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하고, 이 나라 발렌타로 첫 수출 물량 선적을 마쳤다. 미국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현지에서 임상시험 2상을 끝낸 뒤 미 워너칠코트 사와 임상시험 3상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은 해외시장에서 개량 신약 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실현시키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은 2006년부터 필리핀과 멕시코 등지에 완제품으로 수출된다. 비만 치료 개량 신약 ‘슬리머’는 호주·남아공·대만·필리핀 등 7개국에 7년간 최소 1억4000만 달러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호주 제약회사와 계약했다. 한국 개량 신약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계약이다.

겔포스를 중국 제산제 1위 품목에 올려놓은 보령제약은 기존 수출선에 대해서는 물량을 확대하면서 품목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수출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우선 아프리카와 중남미 대륙으로 백신 수출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일본으로는 기존 항생제 이외에 항암제 원료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2011년부터 단백질 복제약으로 불리는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계획인 셀트리온은 해외 판매망 구축을 거의 끝냈다. 전 세계에서 모두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되면 이를 전 세계에 판매할 네트워크다. 우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과 아시아·중남미 등으로 권역을 나누었다. 선진국 시장은 셀트리온이 직접 판매하고, 그 외 시장은 14개 지역으로 나누어 지역별 상위 제약사에 판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판매망을 갖추기로 했다. 올 상반기 지역별 상위 제약사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구체적 판매망 구축을 위한 계약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5월 말부터 남미·중국·대만·동남아·터키·인도 지역의 판매망을 확정했다. 이렇게 구축된 전 세계 판매망에 내년부터 시험 생산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들과 손잡았다. 개량 신약에 관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영국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미국 머크가 한미약품과 잇따라 제휴를 했다. GSK는 한미약품과 글로벌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시장 뚫어라=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려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뚫어야 한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미국시장에 의약품이나 그 원료를 수출하려면 미 식품의학국(FDA)이 제시하는 우수의약품관리기준(cGMP)을 맞춰야 한다. 미 FDA의 실사를 거쳐 인증을 받으면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도 탄력을 얻는다. 대신 그러기까지 많은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하다. 2003년부터 미국시장에 에이즈 치료제 원료인 FTC를 수출해 온 유한양행은 완제품 수출을 위해 충북 오창과학단지에 cGMP를 충족하는 공장을 지었다. 유한양행의 자회사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유한화학도 cGMP 시설을 확보하고 미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차세대 항생제 이미페넴을 생산하는 중외제약도 경기도 시화공장에 대해 내년 초 미 FDA의 cGMP 인증을 앞두고 있다. 중외제약은 2006년 산도스와 미국·유럽 지역 수출 계약을 한 뒤 총 100억원을 투자했다. 시화공장이 cGMP 인증을 받게 되면 미국과 유럽 수출을 통해 단일 품목으로 매년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생명과학의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40%대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이 회사도 성장호르몬 시장 역시 세계 최대인 미국 진출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서방형 인성장호르몬(SR-hGH)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성인용의 경우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FDA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제품은 세계 처음으로 주 1회 주사제로 개발됐다.

수출을 총괄하는 홍사철 사업부장은 “수출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관리가 성공의 열쇠다. 의약품을 수출했다면 환자가 의약품을 사서 실제 복용하고 병이 완치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그래픽=박용석 기자 par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