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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국물도 많이 먹으면 소금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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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고기도 잘 먹지 않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니…. 소금 섭취를 줄여보려고 국 같은 것도 싱겁게 먹는 편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대개 육류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기 쉬운 건 맞다.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물의 염도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식생활을 꼼꼼히 따져보면 콜레스테롤 수치나 염분 섭취량을 높이는 요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것만 잘 찾아내 개선해도 고혈압·고지혈증 등을 예방·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질환을 방치하면 심근경색(심장마비)·뇌졸중(중풍)과 같이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리브유도 10%가 포화지방
흔히 동물성 지방은 몸에 좋지 않지만 식물성 지방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의 주범인 포화지방이 주로 육류의 기름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게 있다. 포화지방은 식물성 기름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야자유나 코코넛유가 대표적인 예다. 야자유는 50% 정도가 포화지방인데, 이는 쇠고기 기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코코넛유는 더 심하다. 80% 정도가 포화지방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자유나 코코넛유를 일반 조리용 식용유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과자나 라면류와 같은 식품의 가공·제조 시에 광범위하게 이용한다. 또 액상크리머·휘핑크림·아이스크림처럼 유제품으로 생각하기 쉬운 식품 중에 ‘비유지방제품’이라고 명기된 것은 대부분 야자유를 이용해 제조한 것이다. 따라서 고기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평소 과자나 생크림 케이크, 크림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많이 먹으면 포화지방 섭취량이 많아지는 것이다.

건강에 좋은 기름이라고 하는 올리브유도 10% 정도는 포화지방이다. 올리브유에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효과를 내는 불포화지방이 더 많지만 불포화지방도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g당 9kcal의 열량을 낸다.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과하게 섭취하면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얘기다. 알다시피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과 밀접하게 영향이 있다. 불포화지방 중에 등푸른 생선 등에 많은 오메가 3지방, 즉 EPA나 DHA는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피떡(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건강보조식품 등 추가로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트랜스지방이다. 액체 상태의 기름을 고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이 생성되는 트랜스지방은 많이 먹으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이런 점 때문에 외식업체나 제조업체들은 기름 선택에 신경을 쓰는 추세다. 다만 길거리에서 파는 튀김·호떡 등은 쇼트닝과 같이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은 기름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트랜스지방은 쇼트닝이나 딱딱한 마가린, 정제가공유지를 이용해 만든 음식, 초콜릿 가공과자, 파이, 쿠키, 케이크, 패스트푸드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또 기름을 고온에서 장시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트랜스지방이 만들어지므로, 같은 기름으로 여러 번 튀김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콩팥 기능 나쁠 땐 저염소금도 주의해야
국 중심의 문화는 우리나라 식생활의 특징이다. 다른 나라에도 국 종류가 있긴 하지만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만 한 곳이 없다. 한번에 먹는 양도 많다.

문제는 국이나 찌개가 결국은 소금물이라는 점이다. 소금의 주요 성분인 나트륨은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의 위험요인이 된다.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5g(소금으로 12~13g) 정도로 보고된 바 있다. 권장량은 2g(소금으로 약 5g) 이하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국을 싱겁게 해서 먹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먹는 국물의 양을 줄여야 한다. 아무리 싱겁게 끓인 국도 많이 먹으면 염분 섭취량이 는다.

국물을 많이 먹는 사람 가운데는 국물에 건더기의 영양 성분이 많이 녹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오해다. 몸이 ‘허할 때’ 먹는 각종 곰국도 국물 자체에는 영양 성분이 거의 없다. 고기의 맛 성분과 지방, 그리고 미량의 수용성 영양성분뿐이다. 사골곰국 등을 먹고 난 뒤 든든한 느낌이 드는 것은 국물 속의 지방 성분 때문이다. 지방은 탄수화물에 비해 식후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최근 저나트륨 소금이나 간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반 소금은 염소와 나트륨으로 이뤄져 있는데, 여기서 건강에 나쁜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대신 칼륨 등 다른 무기질을 이용해 짠맛을 느끼게 한 것이 저나트륨 소금이다. 모든 음식의 간을 이 소금으로 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음식에 들어가는 된장·고추장·간장까지 저나트륨 소금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것까지 저나트륨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나트륨 섭취량을 기대하는 만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저나트륨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나트륨 대신 칼륨이 들어있기 때문에 콩팥 기능이 떨어져 칼륨 배설이 잘되지 않거나 이뇨제 가운데 혈액 내 칼륨 수치를 증가시키는 약물을 복용하는 이들에겐 오히려 혈액 내 칼륨 수치를 비정상적으로 높여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저나트륨 제품은 의학적 상태나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의료진에 정확히 확인한 뒤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고,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도 안 된다.

음식을 만들 때는 먼저 소금이나 간장을 넣어 조리하는 것보다 일단 간을 하지 않고 조리한 뒤 소금·간장·고추장·된장이나 각종 소스에 살짝 찍어 먹는 게 좋다. 나트륨의 짠맛을 혀에서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양으로도 더 염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나물류는 일단 무친 후 시간이 지나면 먹었을 때 느끼는 짠맛이 점점 줄어들게 되므로 먹기 직전에 무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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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대한영양사협회 홍보위원 강북삼성병원 영양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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