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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다음 작품 음악은 직접 만들 생각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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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관객의 한사람으로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만들고 싶은 영화는 다르다”는 구혜선.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춘, 시대 흐름에 쓸리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은 16일 부천 시민회관에서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감독’ 구혜선. [뉴시스]

탤런트 구혜선(26)씨가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26일까지 열리는 제13회 부천영화제에서 그녀의 첫 단편 ‘유쾌한 도우미’가 상영되고 있는 것. 최근 소설 『탱고』를 발표하고 같은 제목의 미술전시회까지 열면서 다재다능함을 과시하고 있는 그녀다.

‘유쾌한 도우미’는 안락사를 돕는 신부라는 예민한 소재를 가벼운 터치로 그린 작품. 시나리오와 미술, 음악 등에서 안정적인 짜임새를 보인다. 올 6월 ‘부산아시아나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고,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도 호평받았다.

‘유쾌한 도우미’는 최근 별세한 제작자 정승혜(영화사 아침 전 대표)가 공동 기획자로 이름을 올려, 사실상 정대표의 유작이기도 하다. 구씨는 11월 첫 장편영화 ‘요술’(가제) 촬영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감독활동에 나선다. ‘오로라공주’로 상업감독으로 변신한 방은진씨에 이어 여배우 출신 감독 2호가 되는 것이다. 17일 부천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안락사와 신부라, 과감한 설정이다.

“죽음이나 종교 자체를 다루기 보다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선택의 의미랄까. 결국은 남 핑계를 대지만 모든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신부란 설정은 워낙 종교가 금기가 많은 영역이라 흥미로웠다. 단편영화니까 마음껏 했다. 기교도 과할 정도로 부리고.” (제작사는 구혜선필름, 제작비 5000만원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대표가 전액 투자했다.)

-감독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감독을 꿈꿨던 것은 아니고 음악·미술·문학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데 모든 게 종합적으로 모이는 것이 영화연출이었다. 2년 전 정승혜 대표님을 알게돼 장편 시나리오 12~13편을 썼는데, 모두 퇴짜맞고 단편부터 해보라 하셔서 지난해 6월 드라마 ‘최강칠우’를 촬영하면서 3일간 찍었다.”

-고 정승혜 대표와의 인연이 깊다.

“‘꽃보다 남자’ 이후 지금은 어디든 가면 환영받지만 2년 전 내 처지는 그렇지 못했다. 무작정 정대표님께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갔는데, 편견없이 받아주셨다. 중간에 포기할까도 했는데 ‘된다’며 용기를 주셨다. 소설도 정대표님 덕에 낸 것이다. 장편 데뷔도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유쾌한 도우미’가 부산아시아나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아 전화를 드리려는 순간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표님은 내게 인생 매니저, 진정한 스승이셨다.”(정대표와의 이런 인연으로 구씨는 3일 내내 정씨 상가를 지키며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직접 연출을 해보니 어떤가.

“의외로 감독 체질이다. 내가 남 밑에서 잘 못하는 스타일 같다. 음악·미술, 전부 혼자하는 작업이고. 감독 일은 모든 게 내 말 한마디에 달려있고 그만큼 책임감이 큰데, 그 책임감이 두렵기보다 즐거우니 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첼리스트가 나오는 겨울 배경의 음악영화 ‘요술’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캐스팅중이다. 4~5억원 내외의 저예산 영화가 될 것이다. ‘유쾌한 도우미’에서는 부분적으로 작곡을 했지만 이번 음악은 직접 내가 할 계획이다.(알려진대로 구혜선씨는 가수 지망이었으나 양현석 대표의 권유로 탤런트로 진로를 수정했다.) 요즘은 첼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아직도 배우의 영화연출에 대해서는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드라마가 뜬 덕에, 유명한 덕에 빨리 데뷔할 수 있었지만, 작품은 작품대로 봐주었으면 한다. 디지털 시대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갖춘,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배우 구혜선은 내가 쓰는 시나리오에는 잘 안 맞는다. 언젠가 꼭 한번 배우 전지현씨와 작업하고 싶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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