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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사칭한 대담한 10대 영국 소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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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965년 검거한 실존 인물 프랭크 에버그네일 주니어의 사기 행각을 다뤘다. 에버그네일은 16세 부터 21세까지 비행기 조종사, 변호사, 대학교수로 사칭해 수백만 달러의 돈을 챙겨 검거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인물이다.

에버그네일과 같은 10대 청소년의 사기극이 영국에서 벌어졌다. 20대 사업가로 행세하며 사기행각을 벌인 17세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일요일 판인 선데이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소년은 '애덤 테이트'라는 가명을 사용해 자신이 12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유망한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국의 '타이탄 항공', 아일랜드의 '에어 아란' 항공사 경영진과 회의를 벌이기 까지 했다. 그는 "영국을 기반으로 저가 항공사를 세워 유럽 전역에 항공 서비스를 할 것"이라며 구체적 계획까지 자랑했다. 타이탄 항공 경영진은 "그와의 회의는 매우 유익했으며 우리는 다음 회의 일정도 잡아놨었다" 면서 그가 검거되기 전까지 테이트의 존재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테이트는 1인 3역의 연기도 했다. 데이비드 리치와 아니타 대쉬라는 가공의 회사 관계자를 만들어 능청스럽게 전화, e-메일 회의를 진행했다. 또한 아메리칸 글로벌 그룹과 아일랜드 에어웨이스라는 이름으로 된 항공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그의 사기극은 그러나 '에어라인 월드' 라는 항공 잡지사에 덜미가 잡혔다. 테이트는 자신이 소유한 항공기를 소개하는 등 사업홍보를 위해 잡지사와 접촉했다. 그러나 항공기 임대업체에 연락해 비행기를 빌리려 하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인 테이트를 의심한 잡지사가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사기행위 전모가 드러났다.

조사 결과 테이트는 자폐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테이트는 "행동이 정당하지는 않았지만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며 "나는 아직 항공 사업에 야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등 사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선데이 타임스는 전했다. 테이트의 아버지는 "그는 지난 2년 간 항공 관련 자료로 방안을 가득 채우고 영국 전역의 비행 스케줄을 외우는 등 비행기에 미쳐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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