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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노스웨스트항공 '직원 절반 일시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93년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던 미 노스웨스트 항공사가 조종사 파업과 회사측의 대량 해고로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노스웨스트는 임금교섭 결렬로 지난달 29일부터 파업이 시작돼 하루 평균 17만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던 1천7백여편 항공기 운항의 완전 중단으로 매일 2천7백만달러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비용절감 압박을 받고 있는 회사측은 2일 (현지시간) 종업원 중 절반이 넘는 2만7천5백명을 일시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해고 대상은 파업에 참가한 조종사 (6천1백명) 를 제외한 일반 승무원과 정비인력.기타 지상근무요원 등이다.

회사측은 이 조치가 운항 중단에 따른 불가피한 '일시적인 휴직 (temporary no work)' 이라는 설명이나 대상 직종 노조는 회사측의 일방적 처사에 반발하고 있다.

일시 해고된 근로자들은 이달 말까지만 기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되며 정부에 실업수당 등을 청구할 수 있다.

회사측은 이미 1일에도 기상요원 등 1백75명을 일시 해고조치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일시 해고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의 원인은 경영난을 겪었던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부터 연속 적자를 보았던 회사가 파산 일보직전까지 몰리자 조종사들을 중심으로 한 근로자들은 고통분담에 동의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았던 조종사들은 15.5%의 임금삭감을 받아들였다.

조종사들은 93년 이후 회사가 4년 연속 흑자를 거둔 만큼 이제는 최고 대우와 함께 과거의 '잃어버린 몫' 도 보상받겠다는 입장이다.

즉 향후 3년간 14%의 임금인상과 지난 2년간 임금손실 소급분으로 8천6백만달러의 보너스를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는 회사 경영이 좋아졌음에도 고위 경영진만 스톡옵션 (자사주 매입권) 등을 통해 수천만달러의 이익을 보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조종사들의 고통분담을 인정하지만 노스웨스트가 미 항공사 중 4위에 그치고 있는 현실에서 선두 업체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회사측은 세계 항공업계의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임금을 대폭 올릴 경우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회사측과 조종사 노조인 항공조종사협회 (ALPA) 측은 철도.항공분야의 독립 중재 기구인 미 중재위원회 (NMB) 의 요청으로 5일 새로운 접촉을 가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회사측이 일시 해고조치로 인건비 절감과 함께 조종사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 파업 해결에 연방정부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미 행정부는 파업 참가자를 60일간 직장에 복귀시켜 협상을 진행토록 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노사자율 해결 입장을 고수하며 직접 개입을 꺼리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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