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중간선거 앞두고 '르윈스키'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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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 민주당이 모니카 르윈스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의 3분의1 및 일부 주지사를 뽑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교육.의료.사회보장 개혁정책 등으로 유권자의 시선을 모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하원을 탈환, 의회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부적절한 관계' 가 있었다며 전 백악관 임시 여직원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시인한 이후 민주당 후보들이 자당 (自黨) 대통령의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 등 내부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클린턴을 비난하는 광고를 내며 자신과 클린턴과는 무관함을 주장하기도 한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리처드 게파트 의원은 "괘씸한 행동" 이라며 '관계' 를 부인해오다 이를 번복한 클린턴의 이중성을 비난하고 나섰으며 중간선거 출마예정인 오리건주의 데이비드 우 변호사 등은 클린턴의 지원유세를 거부할 계획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공화당 후보들과의 토론에서 개혁정책을 얘기하려 해도 공화당측이 '르윈스키' 를 들춰내 공세를 펴는 바람에 번번이 수세에 몰린다며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거전략이라 말하고 있다.

특히 현역 하원의원인 텍사스주의 찰스 스텐홀름은 "대통령이 무엇이라 말하든 간에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사람" 이라는 내용의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르윈스키로 인해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사실상 무산됐으며 의회 장악은 커녕 오히려 현재보다 의석수가 줄어들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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