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공해노출]매연속 출근 전자파 쬐며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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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먼지와 중금속이 가득한 주거환경, 믿을 수 없는 식수, 차량의 배기가스, 식탁을 위협하는 발암물질…. 현대인들은 공해에 묻혀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범한 서울시민 김정응 (金政應.37.회사원.서울 광진구 자양동) 씨를 통해 도시인들의 공해 노출 정도를 살펴본다.

金씨의 환경공해 체감은 출근길부터 시작된다.

자가용으로 강변도로를 타고 마포의 직장까지 가는 길은 매연이 적은 편이지만 대형트럭.버스를 뒤따라 갈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승용차에 비해 1백 배 가량 많은 질소산화물 (시간당 평균 2백g) 을 쏟아내는 이들 차량을 뒤따르다 보면 시간 기준치인 0.15ppm을 넘기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질소산화물은 기준치 이상 노출되면 중추신경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가끔씩 이용하는 전철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 지하철 3.4.7호선 일부 구간의 라돈가스는 이미 폐암유발 위험수준 (4피코퀴리) 을 넘은 상태. 미국 환경청은 라돈가스가 기준치 이상일 경우 흡연자는 1천 명당 29명이, 비흡연자는 2명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직장의 근무 환경도 만만치 않다.

하루 3시간여 매달리는 컴퓨터는 그에게 0.2~0.3마이크로 테슬라 (μT) 의 전자파를 내놓는다.

전자파의 위해 기준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립암연구소가 암유발 가능성을 인정할 만큼 해로운 것은 확실하다.

그가 근무 중 태우는 담배는 하루 1갑 꼴. 이 정도면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발생 확률이 최소 7~8배 가량 높다.

퇴근 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안심할 수 없다.

농약콩나물과 포르말린 두부로 대표되는 식탁공해도 걱정거리. 그나마 식수는 늘 끓여 먹어 대장균이나 발암물질 (트리할로메탄) 의 위협에서 벗어나 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는 공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양동 지역의 연평균 먼지오염도는 85㎍/㎥ 수준. 기준치 (1백50㎍/㎥) 보다는 낮지만 시골 (보통 40㎍/㎥이하)에 비해서는 훨씬 높아 자면서도 계속 '더러운' 공기를 들이마셔야 한다.

◇ 환경공해 최소화 요령 = 주거지나 교통수단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집안의 먼지는 노약자.유아의 호흡기에 치명적이며 일부 카펫에는 기준치 이하일 망정 발암물질도 있으므로 자주 털어주고 환기시켜주도록 한다. 차를 운전할 때는 트럭.버스와는 거리를 멀찍이 두는 것이 요령. 거리가 멀어질수록 배기가스의 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지하 거주자는 지하암반에서 새어 나오는 라돈가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므로 실내공기를 자주 바꾸어준다.

또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조깅이나 격렬한 운동은 피하도록 한다.

음식물은 해로운지 미리 알 수 없는게 문제. 불에 구울 때만이라도 꼭 태우지 말아야 한다.

태운 부위는 물론 국물에도 발암유해물질 (니트로소아민) 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 한 옷은 바로 입지말고 훌훌 털어 입도록 한다.

모든 전자제품은 쓰지 않을때는 가능하면 전원을 꺼두고, 특히 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같이 전자파가 다량 나오는 전자제품은 사용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도록 한다.

전자파 역시 인체와 멀리 떨어질수록 세기가 급격히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유해물질에 의한 암.질환발생은 자주 노출되다보면 걸리기 쉽다" 며 "가능한 한 노출기회를 줄이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 이라고 말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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