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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중소 증권사 파격경영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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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말로만 거론되던 서구식 채용제도가 한국 증권업계에서 드디어 시작되고 있다.

주 공격목표로 채권시장을 겨냥한 신한증권은 최근 파격적인 채용제도를 도입, 주목거리로 등장했다.

채권영업본부 조직의 4개팀 중 3명의 팀장을 외부 인사로 특채하더니, 이들에게 아예 20명 가량의 직원 채용권까지 줘 버린 것이다.

또한 계급에 상관없이 회사에 돈 많이 벌어다 주는 직원이 최고의 보상을 받는다. 각 팀이 벌어들인 수익의 20%가 해당직원들에게 돌아가고, 모든 게 계약베이스다. 팀별 활동비도 임원들의 서너배 수준을 넘는다.

이같은 변신 효과는 즉각 나타나, 2일 대우중공업의 변동금리부회사채 2천5백억원 발행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개혁의 산파격인 김형진 (金亨津) 상무는 "개별 팀이 회사내의 회사로 운영될 수 있도록 미국식 소형 전문점 (부티크) 형태로 운영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증권사와의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문화라는 것이다.

신한의 경우 전체 시장점유율로는 중하위권이지만, 양도성예금증서 (CD) 분야에서 업계 1위를, 개발신탁 분야에서 2위, 지수차익거래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결과라는 설명이다.

신한증권 외에 다른 중소 증권사들도 발빠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300선을 오락가락하는 침체 상황에서 남들이 안하는 틈새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선 존립기반마저 위태롭다는 생각에서다.

그동안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주식매매 중개에 치중해왔는데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수수료 수입이 급감했다.

특히 중소 증권사들은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되지 않고, 대형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일반인을 상대로 국공채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현대.삼성 등 대형 증권사들이 공사채형 수익증권 판매에 주력하면서 국공채 판매에 소홀한 틈을 타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한 것.

동양은 지난 4월부터 6천억원어치를 팔아 국공채 분야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혔다.

동아증권의 경우 지점수가 적은 단점을 인터넷 등을 이용한 사이버 영업으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동아는 우선 PC통신 주식매매 수수료를 다른 곳의 절반으로 낮췄다.

동아측은 "사이버 영업으로 지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 등을 줄인 만큼 그 이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주자는 것" 이라며 "지난해 6천9백억원이었던 사이버 주식거래는 올해 1조1천5백억원, 99년에는 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잠재력이 크다" 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한누리투자증권은 지난 7월 중순부터 거액 자산가들과 중견기업의 '재테크' 를 전담하는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웠다.

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여유자금과 그 운용은 물론 부동산 보유상황, 집안 사정까지 고려해 '고객 몸에 꼭 맞는' 재테크 상담을 해주는 방식. 법인 고객에게는 인수.합병 (M&A) 과 외자 유치에 필요한 상담도 해준다.

한누리 관계자는 "연말까지 50억원 이상 돈을 맡기는 고급 고객을 1백명 이상 확보하는 것이 목표" 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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