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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북한의 새로운 전략전 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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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지 불과 24시간이 경과한 이후 한국과 미국은 이를 '중대한 안보 위협' 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미.북 핵합의 준수, 햇볕정책 불변, 경수로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 그리고 금강산 관광사업 추진 등으로 대응전략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김대중 (金大中) 정부는 대포동1호 실험을 북한의 외교협상 전술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잠수정 및 무장공비 침투사건 발생 직후 강조해 왔던 대북 (對北) 포용정책의 지속적인 추진과 '한.미 공조체제 강화' 라는 쌍두마차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포동1호 발사실험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전략적 도전으로 평가되며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역학구도의 변화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중요한 전략적 변화로 분석된다.

첫째, 남한은 물론 일본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새로운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실험한 결과 북한은 최초로 한반도를 벗어난 힘의 투사능력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는 공세적 공간의 팽창을 의미한다.

둘째, 김정일 (金正日) 시대의 본격적인 대두와 함께 발생한 미사일 실험은 북한의 군부가 기본적인 국가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김정일 체제 수호와 군부의 상호의존 관계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개혁을 통한 체제 변화의 가능성은 현재의 권력구조 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겠다.

셋째, 한국과 미국은 미.북 핵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한반도 안정의 필수적인 조건으로 간주해 왔으나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실험으로 핵합의를 동일선상에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결국 북한은 대포동1호 발사를 계기로 국가전략을 중국식 개방.개혁과 남북간의 평화공존보다 북한 특유의 선제적 (先制的) 외교안보 공세에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김정일 체제 아래서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빙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의 강력한 반발과 일본의 대북 노선의 보수화를 충분히 예상한 북한은 핵합의, 미.북 미사일 회담, 대미 (對美) 및 대일 (對日) 관계 정상화, 그리고 남북교류 및 대화 등의 다양한 현안을 호혜적인 원칙에 입각해 추진할 의사가 희박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시간이 경과하면 경과할수록 가속화되고 있는 경제난국, 상대적으로 희석된 동맹관계, 그리고 강력한 사회통제 체제의 부분적 와해를 공세적 공간의 팽창으로 극복하려는 의도가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 방법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전에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이스라엘의 대아랍 전략과 유사한 차원으로 햇볕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물론 한반도의 특수한 군사적 환경을 감안했을 때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하겠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상응한 조치로서 한국은 단기적, 그리고 중장기적인 포괄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단기적인 안목에서는 한국군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도입, 공군력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감시강화, 한국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참여와 식량원조의 일시적 중단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두려워할 수 있는 '적극적 억제력' 강화에 주력해야 하며 작전통제권 회수, 미사일기술통제체제 (MTCR)가 허용하는 차원에서의 지대지.지대공 및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 (SLCM) 의 개발, 그리고 조기경보와 전략정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미사일 개발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으며, 특히 한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능력을 보유할 경우 동북아의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차제에 예방하기위해 한국은 MTCR를 포함한 제반의 군비통제협약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미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보다 심각한 위협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균형의 본질적인 균열 현상이며, 북한의 대포동1호 발사는 불행히도 이와 같은 상황의 첫 수순으로 인식할 수 있으나 현 정부의 기본적인 대북 노선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하겠다.

바로 이 딜레마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던져주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이정민(연세대 국제대학원교수.국제안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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