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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금감면 검토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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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2일 '경기진작 종합대책' 을 내놓으면서 "내수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 고 공언했다.

올들어 소비가 급격히 줄고 소득 감소폭보다 소비 감소폭이 커지면서 생산활동이 더욱 위축되는 현 상황 (디플레이션 초기단계) 을 방치했다간 경제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총생산 (GN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웃돈다.

소비감소는 결국 성장감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절약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며 소비가 애국하는 길" 이라며 '건전한 소비권장운동' 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스스로도 '소비가 애국하는 길' 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정부가 생각하는 방안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돈을 더 푸는 것, 또 하나는 소비와 관련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세제지원 방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세법 개정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세제지원 방안이 미리 알려지면 기대심리 때문에 당분간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부가가치세.자동차세율을 낮추는 등 다양한 감세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세금감면은 가뜩이나 세금이 걷히지 않아 어려운 재정여건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특소세 목표는 2조원인데 만약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면제한다면 1조원 정도의 세수결함이 생긴다.

부가세는 올해 경기침체로 16조4천억원 정도가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1%포인트 인하할 때마다 1조6천여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셈이다.

하지만 어차피 팔리지 않아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 마당에 차라리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소비를 부추기고 이를 통해 세율인하분을 벌충하자는 것이 세금감면론의 골자다.

빗대 말하자면 '박리다매 (薄利多賣)' 식 발상이다.

이러한 조세정책은 어느 나라에서건 경기부양에 단골로 애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같은 감세가 현 경제여건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7월 승용차와 가전제품의 특소세가 최고 30% 인하되자 이들 품목의 판매가 다소 증가했지만 기대에는 크게 못미쳤다.

그만큼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부가세율 인하가 과연 실제 가격인하로 연결될지 그 가능성이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감세정책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현 상황이 몇 개월 더 지속될 경우 성장기반이 무너지는 '산업 유실 (流失)' 사태가 올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도 '반면교사 (反面敎師)' 가 되고 있다.

일본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재정재건을 외치며 감세를 머뭇거린 채 되레 소비세를 올렸다가 침체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겪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감세정책을 폈지만 실기 (失機)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은 결국 타이밍이다.

어떤 정책이든 언제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는 한 통화정책이든, 감세정책이든 큰 폭의 소비증가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의준.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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