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온수기 목욕하다 초등생 2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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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방학을 맞아 외가를 찾아 가스 순간온수기를 켜 놓고 목욕을 하던 초등학생 세 명이 온수기에서 흘러나온 일산화탄소(CO)에 중독되면서 두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18일 오후 5시쯤 경북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 최모(77·여)씨의 집 간이 목욕시설에서 정모(10)양 자매와 김모(11)양 등 최씨의 외손녀 세 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정양 자매는 숨져 있었고 김양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정양 자매의 어머니 김모(46)씨는 경찰 조사에서 “욕실에서 신음 소리가 나 달려가 보니 아이들이 쓰러져 있고 욕실은 가스 냄새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가로 1.4m, 세로 1m 규모의 목욕시설에는 가스 순간온수기가 가동됐으며 창문은 닫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인 정양 자매와 이들의 이종 사촌인 김양(초등 5년)은 이날 오전 대구에서 종업식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와 함께 외가를 찾아 풀밭에서 뛰어논 뒤 목욕을 하다 변을 당했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한국가스안전공사 북부지사 최윤원 부장은 “밀폐된 욕실에서 사용된 가스 순간온수기가 산소 결핍으로 불완전 연소하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피해자들이 중독된 것 같다”고 밝혔다. 가스 순간온수기는 대부분 ‘개방형 온수기’로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여 가스를 태운 뒤 배기가스를 곧바로 주변에 내뿜는 구조다. 욕실은 공기가 모자라고 수증기가 많은 곳이어서 순간온수기를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면 연료인 LP가스가 불완전 연소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기 쉽다.

군위=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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