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테크] 파도의 힘으로 5만 가구 쓸 전기 생산하는 ‘아나콘다’ 발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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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무로 만든 거대한 뱀 모양의 파력발전기(波力發電機, wave power generator·사진)가 개발되고 있다.

영국의 체크메이트 그룹은 지난 5월 이 회사가 개발 중인 파력발전기 ‘아나콘다 시스템’을 공개했다. ‘아나콘다’는 바닷물이 고무 튜브 속으로 유입돼 흐르며 꼬리에 있는 수력발전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작동 원리는 심장의 펌프질로 혈관에 피를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바다에 큰 말뚝을 박고 파도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아나콘다’를 매달아 놓는다. 바닷물이 튜브로 유입되면서 파도의 힘에 의해 튜브가 상하 좌우로 요동치게 된다. 고무 튜브가 뱀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앞 부분의 물을 뒤로 밀어낸다. 이때 수압은 꼬리 부분으로 갈수록 커지게 된다. 이 고압의 바닷물로 수력발전 터빈을 돌린다.

이 시스템은 파도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하지만 직접적인 발전은 수력발전 방식이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바다 밑에 매설한 케이블을 통해 뭍에 있는 발전소로 전달된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바닷물 속에 고정할 수 있는 장치와 고무튜브, 수력발전 터빈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계장치가 없어 생산비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가 수월하다.

시스템 개발자인 로드 레이니 교수는 “아나콘다 시스템은 24시간 계절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며 싼값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또 한 번 설치하면 유지·보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체크메이트 그룹의 아나콘다팀은 현재 약 50m 크기의 축소모형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3년 이내에 영국 해안에서 길이 180m의 아나콘다 시스템을 설치해 시험발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나콘다 팀은 2014년이면 상업 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나콘다 시스템은 한 기당 약 1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발전소 한 곳에 총 50기가 설치된다. 여기에서 약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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