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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야, 너 틀렸어” 깜찍한 참견까지 화음이 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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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18면

“우리 어린 시절엔 교실에서 항상 풍금소리가 흘러넘쳤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딱해요.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감각적인 것만 찾죠. 그래서 옛날로 돌아가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일을 계획해 봤어요.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이 악기를 배울 시간은 초등학교 시절밖에 없어요.” 전교생이 참가하는 음악연주회를 마친 최염숙(58) 교장은 주위의 큰 관심이 고맙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제원초등학교 전교생 합동연주회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 도제원초등학교에 부임한 최 교장은 학생들의 감성을 키워 줄 방법이 무얼까 생각했다. 결론은 음악이었다. 한 학년에 악기 하나씩을 배우게 하면 컴퓨터에서 자연히 멀어지고 정서도 순화될 거라고 믿었다. 특별한 준비도 필요 없었다. 악기 대부분이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실로폰·멜로디언·리코더·오카리나·하모니카·단소를 지정해주고 연습하도록 했다. 학교가 음악소리에 묻히고 아이들은 집에 가서도 악기를 두드리고 불었다. 학부모들도 대환영이었다.

9월께 첫 발표회를 열 계획이었는데 마침 학교체육관이 완공되었다. 전교생이 한 자리에 모여 호흡을 맞춰 볼 장소가 마련된 것이다. 학년마다 다른 곡들을 연습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함께 연주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쉬운 곡을 연습해야 했다. ‘아리랑’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의 주제곡을 골랐다.

17일은 마침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학년별로 빨갛고 노랗고 하얀 셔츠를 입은 730여 명의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은 몇 달 동안 익힌 솜씨로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을 연주했다. 작고 소박한 악기들이지만 수백 명이 만들어내는 음향은 장중한 교향악이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여섯 가지 악기를 익히고 졸업합니다. 바른 심성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되겠죠?” 최 교장은 매년 발표회를 열어 도제원초등학교의 전통으로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사진 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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