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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사망한 1994년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 맞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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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북한 경제가 핵 위기와 김일성 주석 사망이 겹친 1994년에 견줄 만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후계 문제라는 내부 불안 요소가 있는 데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 남북 관계 경색으로 교역·경제협력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북한 경제는 농산물 작황이 비교적 좋았고, 대외 교역도 늘었던 지난해와는 처지가 달라졌다. KDI는 최근 작성한 ‘상반기 북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과거 북핵 문제는 북한의 핵 불능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제는 핵 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는 북한과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한국·미국 등) 5개국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해 돌파구 마련이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남북 정상회담 합의 같은 과거의 극적인 상황 반전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KDI는 올 상반기 북한 경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 북한 당국의 경제 운용 기조가 급격히 보수화된 것을 꼽았다. 북한은 이른바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150일 전투’를 벌이고 있다. 국영기업·협동농장은 물론 사실상의 실업 상태이거나 시장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주민까지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강제 노동력 동원 운동이다. KDI는 이 같은 내부 통제 강화와 대외 경제 관계의 악화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일반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올해 평양 거리 새 단장을 비롯한 건설 분야와 농업 분야에 경제 역량을 집중했다. 북한의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건설 관련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1% 늘었고, 정규 직장이 없는 주민 대부분은 농업협동조합 지원 인력으로 차출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의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계획경제 부문과 시장, 평양과 지방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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