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국·노상균·도윤희 '우연의 만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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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나이 마흔살은 꿈과 성취가 엇갈리기 시작하는 애매한 연령. 서정국.노상균.도윤희씨는 그런 40살 전후에 서있는 작가다.

그렇지만 그들은 꿈과 미래를 일직선상에 놓으려고 자기조율을 거듭해온 작가들이다.

갑작스레 닥친 시대의 거친 숨결은 그래서 이들에게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전공이나 경력, 머리 속에 그려놓은 미래가 제각각인 세사람이 나란히 '우연의 만남' 이란 타이틀 아래 갤러리현대의 초대를 받았다 (9월2일까지 02 - 734 - 6111) .우연의 만남이지만 기억속의 고운 추억을 미래의 꿈으로 이어가려는 의지는 공통이다.

우선 서정국 (40) 씨. 그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마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 유학하면서 장르에 대한 고집을 버렸다.

이번 전시의 작업은 쇠로 만든 대나무형상이 중심. 어린 시절 고향 (밀양) 과 수원 주변에 무성히 자란 대나무가 소재다.

가늘지만 강인한 힘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쇠로 치환시켜 재료와 형태의 불일치를 즐기는 작업이다.

따스한 추억이 단단한 각질의 기억으로 변해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추적한 작업이기도 하다.

도윤희 (37) 씨는 근대미술에 굵은 자취를 남긴 도상봉 화백의 손녀. 홍익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2년간 수학했다.

평면회화의 깊이와 승부하려는 작가.

이번에는 아침숲의 모습을 그린 작업을 소개 중이다.

아무래도 그녀 그림에는 조부가 그린 비원숲의 이미지가 겹쳐있다.

서울대 회화과를 마치고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대학원을 마친 노상균 (40) 씨는 이색재료로 눈길을 끌어온 작가.

시퀸이라고 하는 옷장식용 반짝이는 금속조각이 재료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시퀸 수천 수만개를 한줄로 꿰 말아놓은게 그의 작업. 원자 (原子) 적인 존재가 증폭돼 만들어내는 형상에는 유머가 담겨있다.

어릴 때 본 밤무대 가수의 기억이 겹치는 것도 당연한 일. 갤러리현대의 이화익씨는 '다듬어진 형태에 담긴 풍부한 뉘앙스' 가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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