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여,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품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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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천안초, 남산초, 신안초 병설유치원 원생들이 용산 전쟁박물관에 안에 있는 별난 물건 박물관과 롤링볼뮤지엄을 둘러 본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영회 기자]

삼성전자가 2007년 하반기부터 천안지역 학생들을 위해 펼치고 있는 ‘문화야 놀자’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야 놀자는 초·중등 학생들이 함께 문화현장을 찾는 체험 프로젝트다. 매달 7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최고 수준의 문화공연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문화체험을 한 학생들은 어느 순간부터 몸에 밴 ‘낙인감’(스스로 소외계층으로 생각하는 감정)을 벗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와 소통하는 자신감을 갖는다. 기업과 교육당국이 손잡고 펼치고 있는 문화야 놀자는 새로운 교육복지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 해 1000여명 혜택=천안교육청은 2006년부터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도솔프로젝트)을 벌이고 있다.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교육적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해보자는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 하반기부터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야 놀자는 평소 쉽게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에게 최고 수준의 공연, 전시 등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천안교육청과 삼성전자는 올 들어 천안지역 초·중등 학생 600여 명이 참여하는 문화체험 행사를 가졌다. 드로잉쇼 전용관, 국립과천과학관, 별난 물건 박물관, 뮤지컬 관람, 용인 에버랜드 등을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모두 1000여 명의 학생이 문화체험 행사에 참여했고,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문화체험 행사를 벌여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전자가 사업비 전액을 후원한다. 사업 첫 해인 2007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모두 1억여 원 사업비(급식비 지원 포함)가 지원됐다.

◆세상과 소통하다=“난생 처음 뮤지컬 공연을 봤어요. 재미있게 보고 나니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어요.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들이 멋졌어요. 나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A중 3학년 K군)

“말도 별로 없고 시무룩하던 아이들이 공연을 보고 나면 표정도 밝아지고 수다쟁이가 된다. 아이들은 단순히 공연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공연을 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았다.”(천안교육청 문화야 놀자 담당 맹영희씨)

최고 수준의 문화행사를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됐다. 아울러 공연을 본 아이들은 뭔가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점점 의기소침해져 가던 아이들이 평소와는 달리 따로 놀지 않고 섞이기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과 또는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문화를 즐기는 몇 번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다.

◆’낙인감’을 벗어라=천안교육청 전웅주 장학사는 “문화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한 사업 구상을 하던 중 삼성전자에서 지원의사를 밝혀 문화야 놀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처음엔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관람하도록 돕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장학사는 또 “삼성전자는 초등 9개, 중등 9개 학교 결식아동에게 급식비도 지원하고 있다. 삼성과 함께하는 문화야 놀자와 급식비 지원 사업은 교육예산만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삶의 출발점에 있는 청소년들이 외부환경 때문에 꿈을 접고 살지 않도록 문화야 놀자 같은 사업이 확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장찬우 기자
사진 = 조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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