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재외동포]핀란드 '태권도 대부'황대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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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태권도를 통해 배운 인내와 끈기가 20여년간의 이국생활을 지탱하는 힘이었습니다. " 태극마크 출신인 黃大鎭 (56) 핀란드 태권도 유니언 부회장은 '백야의 나라' 핀란드에서 '태권도 대부' 로 군림하고 있다.

4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黃회장은 63년 태권도의 옛 명칭인 태수도 중량급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돼 파워 있는 앞차기를 주무기로 전국무대를 휩쓴 경기인 출신이다.

黃회장은 73년 당시 1공수 여단장인 全斗煥 전 대통령의 초빙을 받고 특전사에서 4년간 태권도교관을 지낸 뒤 79년 태권도의 미개척지인 핀란드에 입성했다.

핀란드행의 가장 큰 목적은 핀란드를 전초기지로 삼아 인접한 러시아에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서다.

'스포츠강국' 인 옛 소련이 태권도를 하지 않으면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힘들다는 자신의 판단 때문이었다.

黃회장은 가라테협회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4백㎞가 넘는 강행군을 지속하며 태권도 전파에 몰입, 현재 25개 도장에 1만5천여명의 제자를 두게 됐다.

특히 태권도를 배우려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에 대한 필름과 책자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87년 그라모프 옛 소련 체육부장관 면담으로 태권도 보급의 시금석을 다진 黃회장은 89년 7월 모스크바에서 태권도 시범행사를 개최, '동토의 땅' 을 녹이는 데 성공했다.

핀란드 진출 10년 만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유럽 태권도 (8개국) 무도 아카데미 회장도 겸임하고 있는 黃회장은 "이제 태권도를 스포츠에서 무도로 발전시켜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종목으로 만들고 싶다" 고 말했다. <끝>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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