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이제는 일하자”노사 모범생되겠다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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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국민의 걱정 어린 관심 속에 어렵게 타협이 이루어진 만큼 앞으로 이 정신을 살려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겠습니다. " 반전을 거듭하던 노사 협상이 24일 타결된 현대자동차. 노사가 합심해 산업평화 정착과 경제회생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오랜만에 활기가 감돌았다.

현대자동차 정몽규 (鄭夢奎) 회장은 이날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제경쟁력 강화와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화합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현장관리 책임자와 농성에 참여한 비해고 근로자, 생산직과 관리직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조만간 노조와 협의해 '노사화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협상타결이 임박했던 이날 새벽 일부 조합원들이 노조사무실로 몰려가 노조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인데 대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노사화합 및 무분규를 추진키로 한 합의문 정신에 따라 심기일전,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회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고 화답했다.

승용 3공장 앞을 청소하던 崔모 (28) 씨는 "그동안 농성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으나 당장이라도 일하고 싶다" 며 의욕을 불태웠다.

집에서 대기 중이던 조.반장 등 일부 관리자들은 타결소식이 전해지자 아침 일찍 공장을 찾아 25일 회사 정상화를 앞두고 생산현장을 둘러보는 등 점검에 나섰다.

이들은 회사 본관 앞에 설치된 1백여동의 농성천막을 철거했으며 농성에 참여했던 근로자들도 텐트 안에 있던 냉장고.TV.가스레인지 등 '살림살이' 를 집으로 옮기는 등 조업준비에 나섰다.

김판곤 (金判坤) 전무는 "수출 물량을 선적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조업에 들어가야 한다.

노사가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만큼 정상조업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고 말했다.

1공장 몇몇 사무실의 컴퓨터가 파손되기도 했지만 생산설비는 큰 문제가 없어 가동 즉시 파업 전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장 가동이 시급한 곳은 6개월 이상 주문이 밀려 있는 아토스를 생산하는 2공장. 다른 공장도 2~3개월치가 밀려 있어 당분간 공장을 모두 가동해야 할 형편이다.

회사측은 지금까지 10만4백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9천56억원의 손해를 보았지만 '비온 뒤 땅이 굳는다' 는 말처럼 다시 일손을 잡는다는 의욕에 차 있다.

현대자동차가 정상화 준비에 나서자 울산시민들도 "장기 조업중단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데 현대자동차가 앞장서야 한다" 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 임선경 (林先耕) 기획실장은 "노사가 일치단결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출을 늘려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 줄 것" 을 당부했다.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 이상일 (李相日.일진산업대표) 회장은 "현대자동차 노사가 정상조업을 위해 함께 손을 잡은 만큼 모든 협력업체도 힘을 합쳐 파업이전의 생산성을 되찾도록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

울산 = 황선윤.김상우.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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