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친서민·통합’ MB 귀국 가방엔 이 세 가지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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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명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 뒤 귀국 9시간 만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식 인사에 있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초스피드였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최근에 탄 상승세의 흐름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사실 이 대통령은 천성관 후보자를 내정함으로써 새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검찰 개혁을 위한 세대교체 인사’라는 호평을 받은 이후 국민통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중도강화론과 친서민-재산 사회환원의 화두로 정국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승기류를 촉발시켰던 ‘천성관 카드’가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도리어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악재로 바뀌자 조기에 그 싹을 도려낸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이 대통령은 광복절인 8월 15일까지의 한 달 동안을 집권 2년차 도약의 고비로 보고 있다”며 “국민통합과 친서민, 중도강화의 화두가 정책과 인사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는 ‘서민’, 이념적으론 ‘중도’,인사와 관련해선 ‘국민통합적 내각’과 ‘친정체제 청와대’가 대표적 화두다.

①선진당과의 국회공조 여부가 8월 개각 방향 결정=개각은 8월 초로 잡힌 이 대통령의 휴가 이후에 이뤄질 듯한 분위기다. 8월 15일 이전이 될지, 그 이후가 될지는 유동적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15일 “이 대통령은 현재로선 내각이나 청와대 개편에 대해 어떠한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구상이 확실히 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부는 7월 국회 상황에 가장 주목한다. 미디어법과 비정규직관련법, 세종시특별법 등의 처리가 순조로울지, 또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선진당) 간의 소위 ‘한·자 동맹’이 어떤 형태로 작동할지 여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법안처리, 선진당과의 공조가 모두 순조로울 경우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충청권 총리론이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가 마무리돼야 국민통합형 개각의 구체적인 방향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②청와대는 친정체제 강화될 듯=청와대 비서진 개편은 개각과 달리 이 대통령의 휴가 이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통합’이 중요시되는 내각과 달리 청와대엔 이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동관 대변인이 홍보라인을 총괄하고,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정무수석으로 이동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장관 기용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정라인의 대수술은 정동기 수석의 사의표명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③8·15의 주요 메시지는 ‘국민에게 더 가까이’=참모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신속한 천 후보자의 내정 철회→국회 중요법안 처리→청와대 분위기 일신’의 단계를 밟은 뒤 개각과 8·15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중도, 친서민, 통합’의 행보를 가속화한다는 그림을 이 대통령은 염두에 두고 있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가겠다’는 내용을 이번 8·15에 이 대통령이 천명할 으뜸 메시지로 다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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