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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간통죄, 여성 보호장치로 만든 조항 성개방시대엔 족쇄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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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형법에 간통죄 처벌 조항이 처음 들어간 것은 대한제국 때인 1908년이었다. 당시는 여성 배우자의 간통만 처벌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일제시대에도 계속 유지됐다.

광복 후 형법 제정을 논의하면서 남녀 평등 차원에서 맞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 법조인은 “남성의 성욕은 강해서 안 걸릴 남자가 없다”며 남성 배우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53년 박순천·임영신 등 여성 국회의원들의 주도로 남녀 모두 처벌하는 조항을 넣게 됐다. 축첩(蓄妾) 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여성을 위한 ‘보호막’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성개방 풍조가 확산되면서 간통죄가 여성에게 오히려 ‘굴레’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성 배우자가 여성 배우자를 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의 간통 사건 판결 32건 가운데 11건은 남성 배우자가 여성 배우자를 고소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6건은 고소 취하를 하지 않아 결국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체로 남성 배우자가 고소인인 경우 고소 취하 없이 ‘끝장’을 보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합헌’ 결정 후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일부 여성단체는 “배우자의 간통에 대해 아내보다 남편이 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싶어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부 사이의 신뢰와 책임을 국가 형벌권에만 맡김으로써 실질적 대안을 찾는 사회적 논의가 사라질까 우려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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