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규제 풀고 세금 줄이니 … 미국 텍사스 ‘나홀로 호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 텍사스주가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세금과 규제를 줄이고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7월 11~17일자)는 ‘떠오르는 텍사스(Lone Star rising)’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잘나가는 텍사스=텍사스에는 AT&T·델·텍사스인스트루먼트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부터 엑손모빌·발레로 등의 거대 석유회사, 아메리칸·콘티넨털·사우스웨스트 등 대형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64개의 포춘 500대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대기업이 가장 많다. 큰 기업이 많다 보니 일자리도 풍부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 중 70%는 텍사스와 관련돼 있다.

실업도 심각하지 않다. 텍사스의 5월 실업률은 7.1%로 미국 전체 실업률보다 2.3%포인트 낮다. 주택시장도 다른 주에 비해 괜찮은 편이다. 집값이 비교적 잘 버텨 준 덕분에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택 압류를 당하는 비율도 매우 낮다. 파산위기에 몰린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와 달리 주 재정도 여전히 흑자다.

일자리가 많고 경제 사정이 괜찮은 덕분에 텍사스로 유입되는 인구는 나날이 늘고 있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빨리 늘어나는 주로 꼽힌다. 내년 인구조사에서 텍사스 1위 도시인 휴스턴이 시카고를 제치고 미국 3대 도시에 오를 전망이다. 반면 재정위기에 몰린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10만 명이 빠져나가고(순유출) 이 중 상당수가 텍사스로 향한다.

◆뜨는 비결=세금이 낮고 규제가 적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텍사스에는 개인소득세도, 자본이득세도 없다. 전반적인 세금 부담이 미국에서 둘째로 낮다.

또 다른 요인은 노조가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텍사스는 미국의 다른 21개 주처럼 노조 가입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조 가입률은 4.5%에 불과해 전국 평균(12.4%)에 훨씬 못 미친다. 잘못된 사법 관행도 뜯어고쳤다. 텍사스는 한때 ‘고소인의 천국’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소송을 제기하기 좋은 곳이었다.

친기업적 정책은 특히 돋보인다. 텍사스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2003년 2억9500만 달러의 텍사스기업펀드(TEF)를, 2005년엔 2억3500만 달러 규모의 이머징기술펀드를 조성했다. 텍사스의 각 도시는 기업 유치를 위해 재량권을 광범하게 행사할 수 있다. 토지의 무료 공급, 전기요금 인하, 고임금 인력을 위한 보조금 등의 기업 유치 정책을 각 도시 단위에서 자유롭게 펼 수 있다.

◆텍사스의 고민=텍사스식 모델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수적인 정책을 편 탓에 교육 투자가 빈약하다. 지식기반 경제로 바뀌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하려면 지금과 같은 교육 투자로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주내 인구 구성의 변화다. 2004년 텍사스는 백인이 다수집단이 아닌 미국 4개 주에 포함됐다. 2015년엔 히스패닉이 주내 인구수 1위에 올라선다. 민주당 지지 경향이 강한 히스패닉이 늘어남에 따라 교육과 의료보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높은 세금과 과잉 규제로 시름하는 캘리포니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는 서로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텍사스도 창의적 인재를 키워 내는 캘리포니아의 지식기반 경제와 혁신의 힘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