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공사 척척 … 세계 누비는 한국 최첨단 기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싱가포르의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482공구. 1m당 공사비가 8억2000만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공사비가 많이 들어간 경기도 성남 판교지구 8차로 지하도로의 1m당 공사비 7200만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매립지 지하에 최고 난이도의 최첨단 공법을 사용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 기술이 해외에서 빛나고 있다. 세계적인 건설사들이 고개를 젓는 난공사를 국내 업체들이 척척 해내고 있다. 쌍용건설이 최근 골조공사(55층)를 끝낸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경우 52도 기울어진 건물을 지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공사 입찰 단계에서 일본의 시미즈와 프랑스의 드라가지 등 유명 건설사들이 수주를 포기했다.

해외 플랜트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동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 GTL5 현장. GTL 공사는 천연가스에서 청정 경유와 휘발유, 나프타 등 액체 상태의 석유제품을 뽑아내는 최첨단 공정이다. 이런 공사를 이곳에서 현대건설이 2006년 8월 국내 최초로 따냈다. 현대건설 이원우(상무) 현장소장은 “외국 업체들보다 2개월 정도 작업 속도가 빨라 발주처에서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며 “추가 공사를 수주하는 데도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카타르에서는 대우건설·GS건설·두산중공업 등이 부가가치가 높은 담수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의 또 다른 고부가가치 영역인 터널 부문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SK건설은 수펙스 컷(Supex-Cut)이라는 터널 발파공법으로 세계 터널 시공 현장을 누비고 있다. 수펙스 컷 공법은 기존 발파 공법보다 진동·분진을 대폭 줄인 신공법이다. 이 기술로 SK건설은 지난해 터키에서 해저터널 공사를 딴 데 이어 올 4월 인도에서 인도국영석유비축공사도 수주했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기획팀장은 “해외 주요 발주처에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과 성실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분야의 해외건설 수주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