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폭락에도 소비자가 소폭 인하…정육점등서 폭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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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소값은 많이 내렸다는데 왜 쇠고기값은 그대로죠?" 서울동작구노량진동에 사는 주부 김연숙 (金然淑.39) 씨는 장을 볼 때마다 어리둥절하다.

지난해말부터 산지 소값이 떨어져 축산농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계속 접해왔지만 백화점과 동네 정육점의 쇠고기값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바닥권에서 반등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산지 소값은 지난해 11월부터 폭락을 거듭, 최고 40%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왜 시중 쇠고기값은 그대로일까. 한마디로 백화점.정육점.대형음식점 등 소비자들이 직접 쇠고기를 사먹는 최종판매점들이 소값 인하분을 고스란히 챙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4~8월 주요 28개 정육점 및 백화점 쇠고기 가격동향 분석자료' 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산지 소값은 지난해말보다 평균 37% 내렸으나 이들 업소의 판매가는 평균 8% 인하된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본지 취재팀이 서울시내 유명 백화점들의 소매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최상등급 한우 암소고기 1㎏을 기준으로 할 때 롯데.현대.진로.그랜드.신세계 등 서울시내 5개 백화점이 지난해 11월 공판장에서 사들인 도축소 가격은 평균 1만2천원. 이후 산지 소값이 폭락해 지난달 매입가는 34%나 떨어진 8천37원. 그러나 가장 많이 팔리는 등심의 평균 판매가는 같은 기간 3만2천8백원에서 3만원으로 9% 인하에 그쳤다.

또 롯데백화점 소공동점의 경우 지난 1월 1만8천원이던 불고기용 (1㎏) 의 가격을 지난 4월 1만7천원으로 내렸다가 이달초엔 다시 1만8천원으로 인상하는 등 부위에 따라서는 판매가가 전혀 변동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였다.

대형음식점들도 마찬가지. 서울 강남 H음식점의 경우 등심 1㎏의 판매가격이 지난 1월 6만원에서 지난 20일 현재 5만5천원으로 8.3%밖에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백화점측은 "등심 등 인기 부위는 수요가 많아 가격인하가 곤란하다" 고 밝혔으나 축산농가들은 "소값이 떨어지는데 특정 부위만 가격을 못내린다는 건 어불성설"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소값이 하락하면 소매가에 반영돼 소비량이 늘고 이것이 다시 소값에 반영돼야 하지만 이같은 시장원리를 판매점에서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재희.장정훈.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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