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로 ‘안락사 여행’ 떠난 영국 지휘자 부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고 싶어한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병석에 누워 고생을 하며 오래 살기는 싫은 법이다.

54년간 함께 살면서 잉꼬 부부로 소문난 영국 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즈(85)와 발레리나 겸 TV 프로듀서 출신의 아내 조안 다운즈(74)가 지난 10일 스위스 취리히의 디그니타스 병원에서 의료진의 도움으로 동반 자살을 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 버밍엄 태생으로 라파엘 쿠벨릭의 조수로 활동하면서 지휘자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런던 로열 오페라 극장 부지휘자를 거쳐 시드니 호주 오페라단 음악감독에 부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개관 공연을 지휘하기도 했다. 특히 베르디ㆍ프로코피예프 전문 지휘자로 정평이 높았다. 하지만 에드워드 다운즈는 최근 시력을 상실했으며 청력도 매우 떨어졌다. 아내 조안 다운즈도 암에 걸려 투병 중이었다. 이들 부부는 병과 싸우면서 힘들게 말년을 보내느니 차라리 편안히 눈을 감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영국인 가운데 스위스에 가서 스스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100여명. 스위스는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취리히는‘안락사 여행’(death tourism)의 중심지다.

디그니타스(‘존엄’이라는 뜻의 라틴어) 병원은 1998년 설립된 디그니타스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 병원 가운데 외국인에게 안락사(존엄사)를 허용하는 유일한 병원이다.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펜토바르비탈 나트륨(진정ㆍ최면ㆍ항경련약)을 두 알을 준다. 스위스에서는 기기나 약물에 의한 적극적인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안락사는 합법적이다. 전자의 경우는 의사나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마지막 순간에는 환자 스스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