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청률 밀려 사극 조기종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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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13일 저조한 시청률로 서둘러 막을 내린 MBC사극 '대왕의 길' 엔 '대왕' 이 없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말았는데 정작 불행의 상징으로 보고주고 싶었던 정조는 8~9세 소년의 모습으로 화면을 떠난 것이다.

MBC가 이같이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후속극 '적과의 동거' 3부작을 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19일 방영된 1부 '미녀와 야수' 엔 6개 회사의 광고가 붙었다. '대왕의 길' 마지막회의 광고는 2개. 수입이 세 배로 뛰었다는 얘기다.

'적과의 동거' 는 사극으로 쓴 맛을 본 MBC가 분위기를 1백80도 바꿔 기획했다. IMF 시대를 맞은 부부들이 집 안팎에서 겪는 재미있는 얘기들을 엮었다.

1부 '미녀와 야수' 는 맞벌이 부부의 사랑싸움을 그렸고, 2부 '당신이 죽어버리면 좋겠어' 엔 중년부부의 삶이, 3부 '곰과 여우' 엔 30대 중반 신혼부부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19일 방영된 첫회의 시청률이 23.6%를 기록,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지난 주 2위 SBS '홍길동' 을 누르며 파란을 예고했다.

시대상황에 어울리는 부부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적과의 동거' 시리즈는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얼마전 결혼한 오연수가 개성파 연기자 권용운과 부부로 출연하고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탤런트 김도연이 3부 '곰과 여우' 에서 30대 중반의 새색시로 나오는 것. 드라마 '겨울새' 등으로 인기를 누렸던 김도연은 이를 계기로 활동을 본격 재개할 예정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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