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들국화' 전인권의 '기분 좋은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록그룹 '둘국화' 의 보컬리스트 전인권. 말수가 적은 까닭에 좀 무감해 보이기 일쑤인 그다.

하지만 14일 김장훈의 라이브가 진행되던 서울 동숭동 곤이랑아트홀 대기실. 전인권씨는 모처럼 유쾌한 표정이다.

"이상하게도 기분 좋은 날" 이라는 말 - .마치 아이같다.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도 그건 잠시뿐. 김장훈의 라이브 무대 - '인물연구' 라는 이름의 게스트 코너에 전인권씨가 소개된다.

사실은 그가 자처한 즉흥무대다. 어디서 구했는지 꽃한묶음을 전하며 "생일축하" 인사말을 건넨다.

그러고는 팬들을 향해 - "이 옷 장훈이가 사줬어요. 그것도 까만색 나팔바지로. 옷만인가 했더니 셔츠.구두까지…. " 그는 자꾸 옷과 구두를 내려다본다.

환호성 속에서 울려퍼진 두사람의 '돌고 돌고' 가 유난히도 더 찡하다. 공연을 끝낸 전인권씨는 비가 뿌려치는 밤길을 걸으며 바지춤을 올려잡고 있다.

혹시 아랫단이 젖을까봐서다.

스쳐지나가는 젊은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로 "전인권 아냐" 라고 속삭인다. 여고생 차림의 소녀들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을 건넨다.

어쩌면 그는 모든 행인들에게 "이 옷 장훈이가 해줬어요" 라고 외치고 싶었을지 모른다. 모처럼의 감동에 그날 밤잠을 설치지나 않았는지….

허의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