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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마친 제9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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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 해 동안 쏟아져나오는 수 천 편의 시·소설 작품 중 가장 빼어난 단 한 편에 주어지는 미당·황순원문학상이 최근 1심을 마쳤다. 그 결과 선정된 시인 25명의 시 작품과 소설가 31명의 단편소설 31편이 현재 2심(예심)에서 논의중이다. 미당·황순원문학상은 2001년에 시작돼 올해 9회째다. 올해 선고심은, 미당문학상은 김춘식(43·동국대 교수)·권혁웅(42·한양여대 교수)·강계숙(37·연세대 강사)씨가, 황순원문학상은 김형중(41·조선대 교수)·심진경(41·서울예대 강사)·강유정(35·고려대 강사)씨가 각각 맡았다. 1심을 통해 드러난 올해의 한국문학을 살펴본다.

◆시, 적지만 알차다=김춘식씨는 “2, 3년 전에 비하면 한 시인의 평균 작품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과거 많이 쓴 시인은 한 해 30∼40편도 썼지만 올해는 많아봐야 20여 편이라는 것. 양적 생산성은 떨어졌더라도 질적으로는 알찬 것으로 보인다. 권혁웅씨는 “유머러스한 오은, 철학적인 조연호, 역사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이영광·최금진 등 한국시의 스펙트럼은 올해 넓어졌다”고 진단했다. 강계숙씨는 “개성적인 목소리를 내던 젊은 시인들의 색깔이 더욱 확고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소설, 핵심 주자 교체?=세 명의 심사위원 공히 ‘핵심 주자’들의 자리바꿈을 이야기했다. 2000년대 들어 주목 대상이었던 1970년대 초반 출생 작가들이 주춤한 사이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출생 작가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중씨는 “김사과·황정은 등의 작품은 1920년대 최서해의 ‘빈궁문학’에 견줄만한 비참한 현실을 다뤄 눈에 띈다”고 했다. 강유정씨 역시 “정한아·김유진 등 등단 5년 안팎 젊은 작가들이 돋보인다”고 했다. 70년대 초반생들의 퇴조는 장편 준비 또는 작품 세계 전환을 위한 일시적인 휴지기로 보인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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