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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의 힘 ! 한국 차 칠레서 2년 연속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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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 한국산 자동차는 칠레에서 ‘상한가’다. 현대차는 5월에 GM(15.7%)을 누르고 점유율 1위(17.8%)에 올랐다. 1976년 칠레 시장 진출 후 처음이다. 기아차는 닛산(8.4%)과 도요타(7.1%)를 제치고 3위(10.1%)를 차지했다. 여기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관세(6%) 폐지로 판매가가 인하된 데 따른 ‘FTA 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관세·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FTA는 교역 규모를 늘릴 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를 확 바꿔놓는다. 발효 중인 한·칠레 FTA, 한·아세안 FTA의 영향력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수출·수입으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로선 기회이자 위기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한·EU FTA와 한·미 FTA가 주목받는 이유다.

◆수출산업 한 단계 도약=FTA 이전만 해도 칠레에서 일본산 자동차는 난공불락이었다. FTA 발효 전년도인 2003년 일제차의 점유율은 23.5%, 한국차는 18.8%. 그러나 2004년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차에 기회가 왔다. FTA 4년째인 2007년 한국차는 6만6729대(29.3%)를 팔아 5만7332대(25.2%)를 판 일제차를 따라잡았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보다 앞서 우리나라가 칠레와 FTA를 체결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수혜 업종은 자동차뿐이 아니었다.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매년 평균 54.8%씩 증가했다. 한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2003년 3.1%에서 2008년 5.6%로 늘어났다.

동남아 시장에서도 FTA의 효과는 컸다. 2007년 발효(상품분야) 후 1년 만에 자동차 및 부품 수출은 77.3%, 철강 수출은 23.3% 각각 증가했다. 한·아세안 전체 교역 규모는 발효 후 1년간(2007년 6월~2008년 5월) 729억9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확대됐다. 기획재정부 윤태식 통상정책과장은 “한·아세안 FTA의 경우 앞으로도 관세 감축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교역 규모가 더 증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반에 질적 변화=한·칠레 FTA는 한국 시장에서 와인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 관세(15%)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서 1만~2만원대의 칠레산 와인이 밀려왔다. 이마트의 신근중 와인바이어는 “한·칠레 FTA 이후 칠레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칠레산으로 와인에 입문하는 소비자가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농산물의 경우 우려가 컸지만 한국 농업은 흔들리지 않았다. 칠레산 포도는 계절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국내 포도 비수확기인 11~4월에 집중 수입됐다. 국내 포도 재배면적은 오히려 증가했다. 돼지고기 수입은 연평균 24.7% 늘었으나 국내 돼지고기 사육 두수는 하락하다 다시 회복했고(2003년 923만 두→2008년 908만 두), 산지가격은 예전보다 더 올랐다(100㎏ 기준 2003년 16만3000원→2008년 27만6000원). 반면 소비자들은 국내산 농산물과 값싼 칠레산을 두루 즐길 수 있게 됐다.

한·싱가포르 FTA의 경우 서비스 분야의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싱가포르의 한국 투자액은 FTA 발효 전인 2005년 3억8900만 달러에서 2008년 9억1600만 달러로 많아졌다. 지규택 재정부 국제경제과장은 “글로벌 금융·물류 중심지인 싱가포르의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의 서비스 부문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김성탁·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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