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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건국 국민운동본부' 정가 새쟁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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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민단체를 네트워크화해 개혁주체로 삼으려는 여권의 움직임에 야당이 반발, 정치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5일 김대중 대통령의 '제2건국 선언' 이후 수면위로 부상한 국민운동기구의 실체와 역할에 대해 야당의 의구심이 상당한 탓이다.

여기에 시민단체들 상당수가 정부주도의 개혁운동은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해친다며 이의를 제기,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이 기구에 대한 여권의 핵심개념은 개혁주체세력의 외연 (外延) 확대.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층을 무력화하기 위해 '제3의 손' 을 빌리겠다는 얘기다.

그러니 야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신 (新) 관변단체를 양산,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정권 유지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게 숨은 의도라는 것이다.

김철 (金哲) 대변인은 지난 18일 "파퓰리즘 (인민주의)에 의한 정치가 횡행, 제도권 정치가 위축될 공산이 크다" 고 꼬집었다.

또 민간자율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에 반해 정부가 군사정권 시절의 동원국가 형태로 회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들은 새로 출범할 국민운동기구를 현 정권의 '홍위병' 에 빗대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심심찮다.

6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시민단체협의회' 는 지난 18일 "정부 주도의 어떤 연합체에도 참가치 않겠다" 고 발표했다.

정부가 개입할 경우 시민운동의 자발성과 순수성을 해칠 염려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네트워크의 중심에 새마을운동본부가 자리잡게 된다는 점에 분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시민단체 내부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묘한 갈등도 깔려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국민운동기구는 곧 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속에서도 지지기반의 확대 필요성을 절감하는 현 정권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金대통령은 1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운동기구의 구성과 운동이념 등을 이달 말까지 검토, 다음달 초 확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가급적 빨리 방향을 잡고 실천프로그램을 짜라는 재촉이다.

국민회의도 즉각 이념적인 뒷받침을 하기위해 나섰다.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은 19일 '제2건국 기념세미나' 에서 "중단없는 개혁을 위해 미약한 현 정권의 정치기반을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고 천명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우군화 (友軍化)' 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여권의 실천방안은 새로운 단체를 창설하는 대신 전국적 조직을 확보한 새마을운동본부 등을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것. 이를 위해 최근들어 관변단체의 장 (長) 을 교체, 조직의 체질개선을 적극 유도하는 중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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