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재외동포]가봉 대통령경호실 간부 박상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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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봉 대통령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지요. 이번 방한 (訪韓) 기간 중 경호요원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가봉의 대통령 경호실에 근무하는 朴相哲 (46) 씨. 외국의 학계.경제계 등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재외동포들과 달리 그의 직업은 대통령의 신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호실 수행 책임자다.

14년전 경호실 행동대원으로 출발한 그는 민첩한 행동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이제 대통령의 인접 경호는 물론 사적인 일까지 수행할 정도로 최측근 인사가 됐다.

그에 대한 가봉 대통령의 신뢰는 그의 가족이 10여년간 대통령궁에서 대통령 가족과 같이 생활하는 '특혜' 를 받을 만큼 남다르다.

그가 가봉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4년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태권도 공인 7단인 그는 해외이주공사에서 가봉의 경호요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지원해 가봉행 비행기를 탔던 것. 그렇지만 가봉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에 가봉의 공용어인 프랑스어를 전혀 몰랐던 그는 경호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실수를 연발했다.

주요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 측근 경호를 지시받았지만 말을 잘못 이해해 다른 곳에 가 있어 경호에 공백이 생기는 등 크고 작은 실수가 1년여간 이어졌다.

그 후 시간날 때마다 프랑스어책과 '씨름' 한 끝에 1년6개월여만에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가봉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알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경호업무를 수행하면서 경호실 요원을 상대로 태권도 교습도 병행, 당시 경호실내 훈련종목인 가라테를 4개월만에 밀어내고 태권도를 훈련종목으로 자리잡게 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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