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옆에 있던 카다피, 갑자기 내 손 잡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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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명박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스톡홀름의 숙소 호텔에서 한 조찬 기자간담회와 라디오 연설에서 선진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와 폴란드·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순방의 뒷얘기들을 풀어놓았다.

10일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확대정상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 옆에 앉은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左). 이 대통령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아프리카엔 맞춤형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자 카다피가 내 손을 꼭 잡고 흔들며 뭐라고 말을 많이 하더라”며 순방 뒷얘기를 전했다. [라퀼라=AP 연합뉴스]


1 “세계가 북한 견제하는데 한국만 원론적 얘기 못 해”=이 대통령은 폴란드 도착 첫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의 핵 무장에 이용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13일 간담회에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가 (북한에 대해)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데 한국만 원론적인 소리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도 북한을 도우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 무장으로 나왔다’고 이야기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우리가 북한을 도왔는데 역으로 그렇게(핵 무장) 했기 때문에 의혹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문제라고 언급한 것”이라며 “북한 제재에 대해 협력해 달라고 하면서 다른 소리를 내면 안 되지 않느냐. 강하게 해서 회담에 나오도록 하는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제재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 분위기를 고려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식량 안보를 논의한 G8 확대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핵무기 만드는 나라가 무슨 기아(饑餓)냐’고 할까 봐 말을 꺼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스톡홀름 동포간담회에서도 “북한은 문제를 일으키고 보상을 받는 관행 때문에 발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 메드베데프

2 “우리나라 아파트는 너무 고급화”=이 대통령은 “우리 아파트는 너무 고급화돼 있다. 불필요한 쪽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니 분양단가가 자꾸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친환경도시 함마르비를 돌아본 소감이었다. 이 대통령은 “함마르비에 있는 장관의 집에 들어가 봤더니 우리나라 회사 과장급이 사는 아파트 사이즈였다. 건물 자체도 매우 검소했다”며 “부유한 나라지만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엔 대리석 대신 실용적으로 돌을 깔았더라”고 소개했다.

3 “옆자리 카다피가 갑자기 내 손 잡아”=이 대통령은 “G8 확대정상회의 때 ‘아프리카엔 맞춤형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마쳤더니 옆자리에 앉아 있던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흔들며 뭐라고 말을 막 하더라”고 했다. 그는 “내 말에 굉장히 감동받은 것 같은데 어느 대목에서 감동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농담한 뒤 “카다피는 ‘의사에겐 나라가 돈을 대줘야지 환자가 돈을 내선 안 된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4 “러시아, 북한을 전처럼 대하지 않을 것”=이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과의 회담에서 “러시아는 앞으로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과거와 같은 관계로 북한을 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식 전도사 나선 김윤옥 여사=정부 한식세계화추진단에서 명예고문을 맡고 있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13일 스웨덴 한국대사관저에서 입양된 한인 12명과 함께 ‘한식 전통 음식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김 여사는 참석자들과 함께 녹두빈대떡과 불고기를 만들었다. 김 여사는 “녹두를 물에 불려 껍질을 없애고 믹서에 갈아 채소를 넣고 지지면 된다”고 빈대떡 요리법을 설명했다. 또 스웨덴에서 인기가 높은 ‘홍합살을 넣은 파전’도 만들었다.

김 여사는 “(입양됐을) 그 시절엔 대한민국이 먹고살기 힘들어 여러분을 돌보지 못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엔 “잡채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오늘같이 비가 오면 전이 맛있다”고 답했다.

스톡홀름=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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