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쥐꼬리' 수재민 지원금 그나마 미적미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기습폭우로 담이 무너지며 집이 반파되는 피해를 본 경기도동두천시보산동 윤준구 (尹俊求.60.노동) 씨는 요즘 간신히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손질했을 뿐 가옥복구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진 돈이 없어 정부의 복구지원금에 기대를 걸고있는 尹씨는 "방문도 날아가고 당장 신문지를 깔고 자야할 형편" 이라며 "시에 문의하면 '조사를 마치고 지급될 때까지는 1개월이 걸린다' 는 대답뿐" 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집중호우로 생활터전을 잃고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있는 수재민들이 정부와 자치단체의 늑장지원과 형식적인 구호에 두번 울고 있다.

'천재지변' 으로 '보상금' 한푼 받을 수 없는 14만명의 이재민들은 당국의 지원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지급절차마저 까다롭기 때문이다.

1천4백여 가구가 침수피해를 본 경기도의정부시호원동에서는 지원금 액수가 75만원과 45만원으로 큰 차이가 나는 완전침수와 부분침수 기준을 놓고 주민과 동직원간에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가 발행한 규정집은 방 출입문 윗부분까지 완전히 침수된 경우를 완전침수로 규정해놓고 있어 방바닥이 침수됐지만 물이 벽지까지 스며들어 완전 수리가 불가피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집이 파손된 전국 1천5백66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 60%의 융자를 포함해 최대 2천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각 지자체가 피해규모를 최종집계한 뒤 지원규모를 결정하기로 해 최소 1개월 뒤에나 지원금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턱없이 작은 지원금 규모도 이재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45만~75만원의 가옥수리비를 포함, 1일 1인 1천9백원의 구호비는 지난 95년에 정해진 액수로 3년동안 전혀 변함이 없다. 세입자들의 입주 보증금도 최고 3백만원으로 월세방도 얻기 힘든 액수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궁색해진 정부도 3천9백여억원 이상의 기금마련은 어렵다는 입장이며 수해의연금품 모집도 예년같지 않다.

13일 수해의연금품 모집을 주관하는 전국재해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한주일간 기탁된 의연금은 모두 96억원.

협의회측은 성금기탁이 집중되는 초기 한주일간 실적이 너무 부진해 96년 3백96억원의 절반도 안되는 1백40억~1백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재원부족으로 13일 경기도 파주시.동두천시 10여개 대피소가 급식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상언.김정하.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