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추락 세계경제 악순환]일본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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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은 경기회복을 위해 바닥까지 가라앉은 내수의 꺼진 불씨를 살려야만 한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국제경제연구소 (IIE) 는 아시아 위기의 약 60%가 일본의 몫이라는 계산을 해냈다.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제대로 역할하면 수입을 통해 아시아 위기의 약 60%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드 버그스텐 IIE 소장은 "그런 역할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안하는 일본은 '악당 국가' " 라고 의회증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수를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재정.통화.환율이 서로 거꾸로 맞물려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만다는 것이 일본의 딜레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영구감세 (永久減稅)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기업.은행들의 도산 속에 세수 (稅收)가 줄어 재정적자가 크게 확대되면 국가 신용등급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고금리를 감수하고 채권을 발행해야 하고 이는 다시 재정적자를 키운다.

거시경제는 그만큼 더 나빠진다.

내수회복을 위해 돈을 더 찍어내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리플레이션 (reflation) 정책이다.

그러나 통화량 증대 만큼 엔화 가치는 더 약해질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인플레가 따르는 성장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또다시 아시아 각국, 특히 중국 위안화의 연쇄적 평가절하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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