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의장 “내년 지방선거 전 개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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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12일 KBS의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과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그때까지가 ‘개헌의 최적기’란 표현을 썼다. “큰 선거도 없고 대권 후보도 가시화되지 않은 시점”이란 까닭에서다. 그는 “미래지향적이고 현행 헌법의 극복해야 할 점을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21세기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좋은 헌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정치권이 개헌이란 지난한 숙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사실 지난해 이맘때에도 개헌 논의가 활발했다. 김 의장의 취임 일성이 개헌이었다. 헌법연구자문위를 두는 등 개헌드라이브를 걸었다. 정치권의 공감대도 넓었다. 여야 의원들이 모여 ‘미래한국헌법연구회’를 꾸렸는데 적(籍)을 둔 의원이 개헌선(재적 3분의 2, 전체 의원 299명일 때 200명)에 육박하는 18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논의는 곧 수그러들었다.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 탓이 컸다. “경제위기 상황인데 개헌을 말할 때냐”는 이유에서다. 개헌 논의가 결국 차기 구도에 대한 경쟁으로 이어져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개헌은 대통령이 반대해도 안 되는 것이지만 나서서 하려고 해도 안 된다”(김 의장)는 게 현실이었다.

이런 기류는 최근 들어 달라졌다. 정치권에선 “그 어느 때보다 개헌 가능성이 크다”(여권 고위 관계자)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기존의 단임제 정치 문화에 대한 회의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바뀌었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지난해까지는 개헌에 대해 ‘노(No)’였는데 이젠 국회가 알아서 논의해 보라는 것”이라고 달라진 기류를 전했다. 실제 이 대통령 자신이 “(정치 현실에 대한)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개헌 논의가 오히려 레임덕을 완화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 의장은 “청와대와 이런 점을 갖고 논의하진 않았으나 참모가 많기 때문에 청와대도 이런 점을 이해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 논의도 부쩍 늘었다. 김 의장이 제헌절(17일)을 계기로 여야 개헌특위 등 공식 개헌 추진기구의 발족을 제안하는 걸 검토 중이기도 하다. 민주당에서도 “개헌 문제를 본격 논의할 시기”(박지원 의원)라는 말이 나온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간의 공조가 개헌을 고리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인사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정치세력들로선 (개헌으로) 판을 흔들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난관도 적지 않다. 여전히 각론에선 이견이 크다. 권력 구조 하나만 하더라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방분권형 강소국 연방제를 주장한다. 의원들의 의견도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4년 중임제로 나뉘어 있다. 박 전 대표 진영이나 민주당의 경계심도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개헌 필요성엔 공감하나 국면전환용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일도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 논의만 하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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