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테크]5.“부자를 알면 돈이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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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리 기업의 회계장부는 꼭 보고 싶은 곳, 중요한 부분은 가리고 있어. ' 소줏잔을 기울이며 재택구의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이 얘긴, '증권가의 하이에나' 로 불리는 사람이 늘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야. 5년간 주식 딱 한번 사서 재산을 두배로 늘린 전설적 인물이고. 그 사람 주식 한번 사고 파는데 어떻게 했는지 알아. 기업 하나를 찍어서 5년간 집중 연구했어.

우리나라 기업들 회계장부 들여다보고선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다며, 직접 몸으로 부딪쳐 알아내는 게 최고라고 주장했지. 나중엔 그 회사의 인맥.회계장부는 물론, 임직원 사생활에서 사무용품 갯수까지 줄줄이 꿰게 됐지. 그 사람 논리, 간단해. 자기가 전재산을 들여 투자할 회사에 대해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그 회사의 주가가 얼마가 적당할지 계산이 선다는 거지. 그리곤 기다린 거야. 주식시장의 온갖 변수와 국내외 경제흐름까지 예의 주시하면서, 그리곤 그 회사 주가가 떨어지길 기다린 거야. 그것도 그냥 떨어지는게 아니라 떨어진 뒤 대략 6개월내에 두배 이상 오를 시점을 재면서. "

"물론 성공했겠지?" 전재산씨가 비아냥 거리듯 물었다. 초저녁 무렵 제법 북적대던 포장마차엔 어느덧 두사람 밖에 남지 않았다.

주인은 연신 하품을 해대며 은연중 두사람에게 '퇴출 압력' 을 보내고 있었지만 두사람 모두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물론 성공했지, 4개월만에 주가가 두배 오르자 미련없이 팔아치웠고 10억원은 20억원이 됐지. 남들이 부러움 반 질시 반 '축하한다' 고 하자 그 사람, '5년 농사 지은 것 이제 추수했을 뿐' 이라고 하더군. "

"그래서?" "재테크는 바로 이런 거란 말이지. 호랑이가 토끼 한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해. 열과 성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어. 오히려 섣부른 투기에 유혹당해 쪽박차기 십상이지. " 전재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나 들으라고 일부러 하는 소리지? 내가 주가지수 선물투자로 돈 좀 날렸다고, 주식 잘못 사 손해 좀 봤다고, 그래서 반성해라 이거지. " 격앙된 전재산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게 아냐, 니가 내 친구니까 하는 말이야. 아무한테나 이런 말 안해. 내가 재테크 상담 10년 하면서 터득한 게 있어. 그건 아무나 재테크 하면 안된다는 거야. 우선 부지런해야 해. 조금만 게으름 피우면 획획 돌아가는 세상물정 못쫓아가.

특히 요즘처럼 자고나면 은행 망하고, 밥먹고 나면 이 은행.저 은행 백년가약 맺을듯하다 숭늉 마실때쯤 되면 언제 봤냐는 식으로 나올 때는 더욱 부지런해야 해. 다음은 결단력이 있어야해. 남보다 앞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게 중요해. 아무리 정보만 많으면 뭐하냐고. 실행에 옮겨야지. 똑같은 정보를 똑같은 날 듣고도 누구는 큰 돈을 벌고, 누구는 미적거리다 기회를 놓치지.

그리고 마지막,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재테크는 부자처럼 행동하고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는 거야. 부자는 지금같은 경제상황에선 뭘 생각하고, 어디에 투자하는지 그걸 알아야해. 심하게 말해 부자를 알아야 돈의 흐름을 안다는 얘기야. "

"돈 냄새 풍기는 사람들 상대하더니 너도 물들었군. 그래, 평생 부자 옆에 붙어 살아라. 누구 하나 성실히 노력해서 부자된 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정권과 들러붙어서, 아니면 땅 투기로 부자 된 자가 대부분이야. 난 그런 부자들을 경멸하는 사람이야. " "쯧쯧 - ." 재택구는 혀를 차며 말했다.

"넌 아직도 그런 흑백논리에 젖어 사니? 그런 놈이 뭣땜에 부자가 되려고 재테크를 하냐?

이왕 벌어진 현실은 일단 인정하고 방법을 찾아야지. 그걸 인정안하면 영원히 부자들 뒤꽁무니나 좇다가 실패하기 십상이야. 기본적으로 재테크는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돼있어.

돈이 돈을 부르는 속성이 있는 데다 자본시장의 정책.논리 등 큰 흐름이 부자들의 돈줄을 어떻게 움직일까 염두에 두고 이뤄지기 때문이야. 예를 하나 들어볼까?

이달 들어 2천만원 넘는 거액예금은 원리금 보호가 안되게 예금자보호법이 실시됐어. 그러자마자 조흥.평화은행에선 원리금 보장 상품을 내놨지. 정기예금을 들면 다달이 이자를 떼내 정기적금으로 자동 전환해주는 방식의 상품을 개발한 거야.

다른 은행들도 속속 유사상품을 개발중이야. 물론 편법이지. 그걸 두고 법의 빈틈을 노린 편법입네, 아니네 하는 논란은 나중 문제야. 여기서 진짜 중요한 사실은 부자들의 돈을 끌어들이려고 그런 상품이 나왔다는 점이야.

은행입장에선 당연히 그럴만하지. 시중 은행 예금의 90%는 대개 10%도 안되는 거액예금주들의 돈이야.

살아남으려는 은행들이 부자들 돈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쓸 수밖에. 덕분에 서민들도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되는 거고. "

"그래서?" "결론은 우리같은 서민들이 성공적인 재테크를 하려면 부자를 연구해야 한다는 거지. 재택구 가라사대, 부자처럼 생각하되 부자보다 한발 앞서 움직여라. 그리하면 가진 것 없는 너와 내게도 과실이 주어지리니. "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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